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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 10 “18조 제국을 함께 세웠더니, 1조원짜리 수표로 나를 모욕했다” - 수 앤 아널, 석유왕의 아내가 겪은 배신

“26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불어난 18조 원의 재산 중, 6%도 안 되는 금액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과연 공정한가요? 저는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사진-오일타이쿤
오일 타이쿤

 

2015년 1월, 전 세계 언론은 한 장의 수표 사진에 경악했습니다. $974,790,317.77. 센트 단위까지 꼼꼼하게 손으로 쓰인, 우리 돈으로 약 1조 원에 달하는 이 수표는 미국 석유업계의 전설적인 인물, ‘오일 타이쿤’ 해롤드 햄이 그의 전처 수 앤 아널에게 보낸 재산 분할금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수 앤의 반응이었습니다. 그녀는 이 천문학적인 금액이 적힌 수표를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이 돈을 받고 내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돈의 액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자의 투정이 아니었습니다. 26년간 남편과 함께 황무지에서 석유를 캐내며 거대한 제국을 건설한 공동 창업자가, 법으로부터 자신의 기여를 철저히 무시당한 것에 대한 분노의 외침이었습니다.

 

남편의 외도로 시작된 이혼, 그리고 ‘패시브(passive) 성장’이라는 교묘한 법 논리 아래 자신의 인생과 헌신을 헐값에 평가받아야 했던 한 여성의 처절한 투쟁기. 1조 원짜리 수표는 그녀에게 승리의 전리품이 아닌, 굴욕의 상징이었습니다.

🛢️ 변호사와 13번째 아들, 석유 제국을 함께 열다

1988년, 유능한 변호사이자 경제학자였던 수 앤 아널은 석유 회사 ‘컨티넨탈 리소시스’에 입사합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가난한 소작농의 13번째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한 석유 시추업자, 해롤드 햄을 만납니다. 두 사람은 곧바로 사랑에 빠졌고, 그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사장의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컨티넨탈 리소시스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업 파트너였습니다.

 

수 앤은 자신의 법률 및 경제 지식을 총동원해 회사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그녀는 회사의 법무팀을 만들었고, 석유와 가스 마케팅 부서를 설립해 직접 운영했습니다. 남편이 셰일 오일 혁명을 이끌며 현장에서 새로운 유전을 찾아다니는 동안, 그녀는 회사 내부를 안정시키고 사업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핵심 경영자였습니다.

 

“저는 단순한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컨티넨탈의 변호사였고, 임원이었으며, 이 제국의 공동 건축가였습니다. 해롤드가 유전을 발견하는 ‘기술’을 가졌다면, 저는 그 기술이 ‘사업’이 되게 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의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지금의 컨티넨탈은 없었을 겁니다.”

 

두 사람이 함께한 26년 동안, 컨티넨탈 리소시스는 작은 석유 회사에서 미국 최대의 석유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습니다. 그들의 부부 공동 재산은 무려 180억 달러(약 20조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모든 성공은 두 사람이 함께 이룬 것이라고, 수 앤은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남편의 배신으로 산산조각 났습니다.

💔 “당신의 성공은 행운일 뿐” - 법정에서 짓밟힌 26년의 헌신

2012년, 수 앤은 남편의 외도를 이유로 오클라호마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6년간의 동반자 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입니다. 2년간의 치열한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단 하나였습니다. ‘결혼 기간 동안 늘어난 180억 달러의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수 앤은 당연히 재산의 절반에 대한 권리를 주장했습니다. 그것은 부부가 함께 노력하여 이룬 공동의 성과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롤드 햄의 변호인단은 교묘하고도 잔인한 논리를 들고 나왔습니다.

 

“컨티넨탈 리소시스의 성장은 해롤드 햄의 ‘적극적(active)’ 노력 때문이 아니라, 유가상승이나 시추 기술의 발전 같은 ‘수동적(passive)’ 요인, 즉 ‘행운’ 덕분이다.”

 

오클라호마 주법은 이혼 시 부부의 ‘적극적’ 노력으로 증가한 재산만 분할 대상으로 인정합니다. 남편의 변호인단은 결혼 기간 동안의 폭발적인 회사 성장이 남편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시장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는 결국 수 앤의 기여 역시 아무것도 아니라는 주장과 같았습니다. 남편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청춘과 경력을 모두 바쳤던 수 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습니다.

  • 헌신의 부정: 그녀가 회사의 법무,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명백한 ‘적극적’ 기여였지만, 남편 측은 이를 애써 무시했습니다.
  • 성공의 폄하: 남편은 재산 분할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의 성공 신화마저 ‘단순한 행운’으로 깎아내리는 모순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 공동 창업자에 대한 배신: 법정에서 두 사람은 더 이상 사랑했던 부부나 동업자가 아닌, 서로의 기여를 부정해야만 하는 적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11월, 법원은 해롤드 햄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180억 달러의 재산 중 단 14%만이 부부의 적극적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일부인 약 9억 7천5백만 달러만을 수 앤의 몫으로 인정했습니다. 26년간의 헌신이, 제국의 총자산의 6%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평가절하된 것입니다. 해롤드 햄은 회사의 경영권을 포함한 재산의 94%를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 1조 원짜리 수표를 거절한 여자

판결에 불복한 수 앤은 즉시 항소를 준비했습니다. 그러자 해롤드 햄 측은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합니다. 이자를 더 이상 물지 않겠다며, 판결금 전액인 9억 7479만 317.77달러를 손으로 쓴 수표 한 장을 그녀에게 보내온 것입니다.

 

그것은 ‘돈은 줄 테니, 더 이상 문제 삼지 말고 떨어져 나가라’는 오만한 메시지나 다름없었습니다. 1조 원이라는 돈은 보통 사람에게는 천문학적인 액수지만, 18조 원의 제국을 함께 건설한 그녀에게는 헐값이자 모욕이었습니다.

 

수 앤은 이 수표를 거절했습니다.

“이 수표를 받는 순간, 나의 항소 권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나는 이 불공정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그녀의 변호인단은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소식은 전 세계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1조 원짜리 수표를 거절한 여성의 용기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돈에 굴복하는 대신, 자신의 명예와 정당한 권리를 택한 것입니다.

 

며칠 후, 여러 법적 조언 끝에 그녀는 결국 수표를 현금화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성명을 통해 “항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싸움을 계속할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비록 양측 모두 나중에 항소를 취하하며 법적 다툼은 마무리되었지만, 그녀가 보여준 저항은 많은 것을 시사했습니다.

 

수 앤 아널의 이야기는 단지 돈의 액수에 대한 불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혼이라는 이름 아래, 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이자 아내이자 동업자로서 행한 기여가 어떻게 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녀가 거절했던 1조 원짜리 수표는, 그 질문의 무게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증표로 남았습니다.


📜 판례 해설

본 콘텐츠는 2012년에 소송이 시작되어 2014년에 판결이 내려진 해롤드 햄과 수 앤 아널의 이혼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은 오클라호마 주법에 따른 ‘액티브(Active) 성장’ 대 ‘패시브(Passive) 성장’의 구분이었습니다.

 

오클라호마 법원은 혼인 기간 중 증가한 재산이라도, 그것이 시장 상황이나 유가 변동과 같은 외부적 요인(패시브 성장)에 의한 것이라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부부 중 한 명 또는 양쪽의 직접적인 기술, 노력, 판단(액티브 성장)에 의해 이룩된 부분만 분할 대상으로 인정합니다.

 

재판부는 컨티넨탈 리소시스 재산 가치 증가분의 대부분을 ‘패시브 성장’으로 판단하여, 해롤드 햄의 개인 재산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 앤 아널은 전체 자산의 극히 일부인 약 9억 7천5백만 달러만 분할받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배우자가 회사의 임원으로 근무하며 실질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여도를 매우 좁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특히, 수 앤 아널이 판결금을 즉시 수령하지 않고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은, 판결에 대한 불복과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상징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공개된 법원 기록과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심리 상태와 사건의 배경을 드라마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특정 인물에 대한 비방의 목적은 없습니다.

 

⚠️ 법률적인 문제에 대한 조언이나 상담은 반드시 자격을 갖춘 변호사와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