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저에게 다이아몬드를 사주면서, 동시에 다른 여자들에게도 똑같이 다이아몬드를 선물하는 남자였어요. 저는 그의 수많은 소유물 중 하나였을 뿐, 진정한 아내는 아니었습니다.”
1980년, 전 세계는 한 이혼 합의금 액수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무려 8억 7천4백만 달러.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3조 원이 훌쩍 넘는,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습니다. 이 돈의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세계 최대 무기상, ‘세기의 장사꾼’ 아드난 카쇼기와 그의 영국인 아내, 소라야 카쇼기였습니다. 사람들은 소라야를 ‘세상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받은 아내’라 부르며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8억 7천만 달러라는 숫자는, 한 여성이 잃어버린 13년의 청춘과, 남편의 끝없는 배신 속에서 흘려야 했던 눈물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하루에 3억 원씩 파티 비용으로 쓰고, 세상에서 가장 호화로운 요트를 소유했던 남자의 아내. 하지만 그 화려한 삶의 이면에는 13명의 공식적인 정부(情婦)와 수많은 하룻밤 상대를 견뎌내야 했던 지독한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돈으로 살 수 없었던 한 여성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이자, 황금으로 도금된 불행에 대한 기록입니다.
🌹 레스터의 평범한 소녀, 아라비아 왕자의 아내가 되다
1960년대 초 영국 레스터. 20살의 평범한 여성 산드라 데일리는 개명 전 이름입니다.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런던의 한 아파트에서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영국 소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친구의 소개로 30대의 사우디아라비아 사업가, 아드난 카쇼기를 만납니다. 매력적이고, 유머러스하며, 무엇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부를 과시하는 남자. 그는 산드라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약속했습니다.
산드라는 그의 매력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습니다. 그녀는 그를 위해 이슬람으로 개종하고, ‘소라야’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1961년,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레스터의 평범한 소녀가, 하루아침에 현대판 아라비안나이트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결혼 후, 소라야의 삶은 문자 그대로 꿈의 연속이었습니다.
남편 아드난 카쇼기는 단순한 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국가 간의 무기 거래를 중개하며 막대한 부와 권력을 쌓은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돈 씀씀이는 전설적이었습니다.
- 전용기: 언제든 전 세계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보잉 727기를 포함한 3대의 전용기를 소유했습니다.
- 슈퍼 요트 '나빌라': 007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의 촬영 장소로도 쓰인,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화려했던 86미터짜리 요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트 안에는 병원 수준의 수술실까지 갖춰져 있었습니다.
- 전 세계의 저택: 뉴욕, 파리, 마드리드, 케냐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 12채가 넘는 대저택을 오가며 생활했습니다. 뉴욕의 저택은 16개의 침실을 갖춘 2개 층의 펜트하우스였습니다.
- 끝없는 파티: 매일 밤이 파티였습니다. 그의 생일파티는 5일간 이어졌고, 샴페인과 캐비어는 물처럼 소비되었습니다. 하루 파티 비용으로만 25만 달러(약 3억 원)를 쓰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소라야는 이 모든 부귀영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녀는 다섯 아이를 낳았고, 세상에서 가장 비싼 보석과 드레스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화려함이 깊어질수록,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는 그림자 또한 짙어지고 있었습니다.
💔 “당신은 13명의 아내 중 한 명일 뿐” - 다이아몬드와 배신
아드난 카쇼기는 자신의 여성 편력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시했습니다. 그는 소라야 외에도 12명의 여성을 ‘아내’라고 부르며 동시에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는 이 13명의 ‘아내들’에게 각각 이니셜이 새겨진 다이아몬드 팔찌를 선물하며, 그들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겼습니다.
소라야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인내해야 했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남편의 권위는 절대적이었고, 그녀에게는 다섯 명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했습니다.
“그는 저를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그의 사랑은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죠. 그는 제가 아이들의 엄마이자, 공식적인 안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원했습니다. 그의 다른 여자들을 질투하는 것은 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남편이 새로운 여자를 만날 때마다,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오래갈 것인지 가늠하며 홀로 속을 끓여야 했습니다. 남편이 파티에서 다른 여자와 밤을 보내는 동안, 그녀는 거대한 저택에 홀로 남아 아이들을 돌봐야 했습니다. 다이아몬드와 명품 옷이 그녀의 외로움을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감옥에 갇힌 죄수나 다름없었습니다.
결국 1974년, 소라야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녀는 13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기로 결심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에게서 벗어나 자신과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 8억 7천만 달러, 8년간의 싸움 끝에 얻어낸 존엄성
이혼 소송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드난 카쇼기는 자신의 막강한 부와 법률팀을 동원해 소송을 지연시켰습니다. 그는 소라야에게 생활비 지급을 중단하며 그녀를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소라야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재산을 낱낱이 파헤치며, 자신이 받아야 할 정당한 몫을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최고의 변호사와 회계사들을 고용했습니다. 남편이 전 세계에 숨겨둔 자산을 찾아내는 것은 거대한 퍼즐과도 같았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아드난은 이혼 소송 중인 아내에게 값비싼 보석을 선물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계속했습니다. 그는 그녀를 완전히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8년이라는 긴 시간의 법정 다툼 끝에, 1982년 마침내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합의금 액수는 무려 8억 7천4백만 달러. 당시 환율로도 1조 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세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금액은 당시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 합의금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물론 소라야가 이 금액 전부를 현금으로 받은 것은 아닙니다. 아드난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실제로는 수년에 걸쳐 부동산과 현금 등으로 나누어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금액의 상징성은 분명했습니다. 법원이 한 남자의 부도덕한 행위와, 그 속에서 고통받은 한 여성의 권리를 인정한 것입니다.
소라야는 이 돈으로 자신과 아이들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세계 최고 부자의 장식품이 아닌, 독립적인 여성 ‘소라야 카쇼기’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받은 돈은 단순한 위자료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황금 감옥에서 보낸 13년의 세월을 뒤로하고, 자신의 존엄성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지불한 값비싼 대가였습니다.
📜 판례 해설
본 콘텐츠는 1974년에 소송이 시작되어 1982년에 최종 마무리된 아드난 카쇼기와 소라야 카쇼기의 이혼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1980년대 초반 기준으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혼 합의금(8억 7,400만 달러)으로 기록되며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남편인 아드난 카쇼기의 명백하고 상습적인 외도와, 그가 무기 중개업 등으로 축적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이었습니다. 소송은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진행되었으며, 혼인 기간 동안 형성된 재산에 대한 소라야의 기여분과 권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8년이라는 긴 소송 기간은 아드난의 재산이 전 세계에 복잡하게 분산되어 있어 그 규모를 파악하고 평가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최종 합의된 8억 7,400만 달러라는 금액은, 당시 법원이 배우자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위자료의 성격과 함께, 아내의 내조와 기여를 매우 높게 평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판결입니다.
이 이야기는 공개된 언론 보도와 기록 등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심리 상태와 사건의 배경을 드라마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특정 인물에 대한 비방의 목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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