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했던 그 루퍼트 머독은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이혼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었어요. 내 인생 전체가 끝나는 것이었죠.”
1999년, 세상은 한 거인의 이혼 소식에 떠들썩했습니다. 바로 전 세계 미디어를 손에 쥔 ‘언론의 황제’ 루퍼트 머독. 그가 32년간 제국을 함께 일군 아내, 안나 머독(현 안나 드페리스터)과 갈라선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곧이어 밝혀진 이유는 세상을 더욱 경악게 했습니다. 68세의 머독이 38살이나 어린 자신의 회사 여직원, 웬디 덩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 그리고 그는 안나와의 이혼이 마무리된 지 불과 17일 만에 웬디 덩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돈’에 쏠렸습니다. 안나가 받게 될 재산 분할 액수는 무려 17억 달러(당시 한화 약 2조 원).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숫자 뒤에 가려진 한 여성의 깊은 상실감과 배신감에 주목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청춘을 바쳐 남편과 함께 황무지를 개척해 거대한 제국을 세웠지만, 하루아침에 낯선 여자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야 했던 조강지처의 이야기. 이것은 17억 달러라는 돈으로는 결코 치유될 수 없는, 한 여성의 무너진 삶과 신뢰에 대한 통렬한 기록입니다.
📰 신문사에서 시작된 운명, 제국의 안주인이 되다
1962년, 호주 시드니의 작은 신문사 ‘데일리 미러’. 18살의 스코틀랜드 출신 여기자 지망생 안나 토브는 패기 넘치게 사주인 루퍼트 머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그녀의 당돌함과 총명함에 깊은 인상을 받은 머독은 젊은 기자와 사랑에 빠졌고, 5년 후인 1967년,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결혼 후 안나는 단순한 ‘부호의 아내’로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루퍼트 머독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이자, 가장 냉철한 조언자였습니다. 머독이 신문사 하나로 시작해 방송국, 영화사, 출판사를 집어삼키며 미디어 제국 ‘뉴스 코퍼레이션’을 건설해나가는 모든 과정에 그녀가 있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그의 아내가 아니었어요. 저는 뉴스 코퍼레이션의 일원이었습니다. 남편이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저는 그 옆에서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검토하고, 인수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죠. 그것이 제 삶의 전부였어요.”
그녀는 세 아이(엘리자베스, 라클란, 제임스)를 훌륭하게 키워냈을 뿐만 아니라, 1990년부터는 뉴스 코퍼레이션의 이사회 멤버로 공식적으로 활동하며 제국의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녀는 때로는 무자비한 남편의 사업 방식에 제동을 거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 그녀는 ‘제국의 숨은 실세’, ‘황제의 유일한 안식처’로 불렸습니다. 32년의 세월 동안,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남편의 제국을 함께 지탱했습니다. 그것은 사랑이었고, 인생 그 자체였습니다.
💔 “당신과 나는 끝났어” - 32년 공든 탑이 무너진 순간
평화롭던 제국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1997년, 홍콩에서였습니다. 남편 루퍼트가 스타TV(Star TV)라는 위성 방송사에서 일하던 젊은 중국인 인턴, 웬디 덩을 만난 것입니다. 당시 루퍼트는 66세, 웬디 덩은 29세였습니다. 야심으로 가득 찬 젊은 여성에게, 늙은 황제는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습니다.
안나는 남편의 변화를 직감했습니다. 늘 가정과 일을 우선시하던 남편이 웬디 덩을 만난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잦은 해외 출장, 그리고 그 끝에 들려오는 불길한 소문들. 안나는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변명과 침묵뿐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어느 날 저녁에 찾아왔습니다. 부부 상담을 받기로 약속한 날, 루퍼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안나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합니다.
“나, 이 결혼을 끝내고 싶어. 당신과 나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안나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그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애원했습니다. 함께 쌓아온 32년의 세월과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거대한 제국을 위해서라도 이혼만은 막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마음은 이미 38살이나 어린 여자에게 완전히 넘어가 있었습니다. 루퍼트는 단호했습니다.
이혼 절차가 시작되자, 안나는 또 한 번의 깊은 배신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남편은 그녀를, 그녀가 평생을 바쳐 일군 뉴스 코퍼레이션 이사회에서 내쫓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해고가 아니었습니다. 32년간의 헌신과 기여를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모욕적인 처사였습니다.
- 정신적 충격: 안나는 훗날 인터뷰에서 이 시기를 ‘깊은 정신병에서 빠져나오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습니다. 충격으로 단어의 이름을 잊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 삶의 상실: 이사회에서 마지막 발언을 하던 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이것은 단지 제 결혼의 끝이 아닙니다. 제 인생 전체의 끝입니다.”
- 자녀에 대한 걱정: 그녀의 가장 큰 걱정은 자녀들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새로운 여자와 가정을 꾸리면서, 자녀들이 제국에서 밀려날 것을 우려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언론이 남편의 손아귀에 있는 상황에서, 그녀는 철저히 혼자였습니다. 그녀가 겪는 고통과 슬픔은 ‘세기의 이혼’이라는 가십에 묻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 17억 달러의 진짜 의미, ‘복수’가 아닌 ‘보호’
캘리포니아 법에 따르면, 안나는 32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축적된 루퍼트 머독 재산의 절반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습니다. 이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였습니다. 세상은 그녀가 남편의 배신에 대한 대가로 최대한 많은 돈을 뜯어낼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안나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그녀는 길고 추잡한 법정 다툼을 벌이는 대신, 남편과의 빠른 합의를 선택했습니다. 그녀가 최종적으로 받은 금액은 약 17억 달러. 이 중 현금은 1억 1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액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녀는 자신의 부유한 삶보다, 자녀들의 미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안나는 이혼 합의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바로 ‘가족 신탁(Family Trust)’의 확립이었습니다. 이 신탁은 루퍼트 머독 사후에, 자신과 낳은 세 자녀(라클란, 제임스, 엘리자베스)가 뉴스 코퍼레이션의 경영권을 동등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였습니다. 그녀는 웬디 덩과 그 사이에서 태어날지 모를 아이들이 제국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막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몫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대신,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 견고한 성벽을 쌓았습니다.
17억 달러는 배신에 대한 복수의 대가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로서 자녀들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자, 32년간 함께 제국을 건설한 동반자로서의 권리를 마지막으로 행사한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혼 도장이 마른 지 불과 17일 후, 루퍼트 머독은 자신의 요트에서 웬디 덩과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32년의 세월은 그렇게, 단 17일 만에 완벽하게 대체되었습니다. 안나에게는 그 어떤 돈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 판례 해설
본 콘텐츠는 1999년에 있었던 루퍼트 머독과 안나 머독의 이혼 사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이혼은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마무리되었으며, 공식적인 판결문보다는 합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보도된 17억 달러라는 합의금은 당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이혼 재산 분할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루퍼트 머독의 명백한 외도와 32년이라는 긴 혼인 기간, 그리고 그 기간 동안 형성된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부 공동 재산입니다.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안나는 재산의 50%를 요구할 권리가 있었지만, 자녀들의 경영권 상속을 보장하는 ‘가족 신탁’을 확립하는 조건으로 훨씬 적은 금액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산 분할을 넘어, 자녀의 미래와 가문의 유산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루퍼트 머독이 이혼 직후 17일 만에 재혼한 사실은 그의 유책 사유를 명백히 보여주는 정황으로, 합의 과정에서 안나에게 유리한 협상 카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이야기는 공개된 인터뷰와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심리 상태와 사건의 내막을 드라마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특정 인물에 대한 비방의 의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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