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주 계약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방패를 저를 찌르는 칼로 사용했습니다. 제가 공동 창업한 회사에서, 제 의결권을 빼앗고 저를 내쫓았습니다.”
2010년,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불빛 뒤편에서 한 제국이 조용히 갈라졌습니다. 사막의 황무지를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도시로 바꿔놓은 ‘카지노의 왕’ 스티브 윈과 그의 아내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일레인 윈의 두 번째 이혼. 세상은 10억 달러(약 1조 2천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 액수에만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부부의 이별이 아니었습니다. 41년간 함께 제국을 건설한 동반자이자 창업의 주역이었던 한 여성이, 남편의 배신으로 인해 자신이 평생을 바친 회사에서 쫓겨나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8년간의 처절한 법정 투쟁을 벌여야 했던 뼈아픈 기록입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라스베이거스의 여왕’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왕관의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무거웠고, 가장 믿었던 왕은 그녀의 등에 칼을 꽂았습니다. 10억 달러는 그녀의 기여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기나긴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전쟁 자금이었을 뿐입니다.
🎰 빙고장 아들과 미인대회 우승자, 사막에 제국을 세우다
1963년, 모든 기적의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스티브 윈과 일레인 파스칼. 스티브는 빙고 가게를 운영하는 아들이었고, 일레인은 미인대회 우승 경력의 아름다운 여대생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야망과 비전을 한눈에 알아보고 사랑에 빠졌고, 곧바로 결혼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팀 윈(Team Wynn)’이 되어, 라스베이거스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스티브가 대담한 비전을 제시하면, 일레인은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섬세한 감각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사장의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명실상부한 공동 창업자(Co-founder)였습니다.
- 미라지 리조트 (The Mirage): 화산 쇼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라스베이거스의 패러다임을 바꾼 미라지 호텔의 인테리어와 스타일은 모두 그녀의 손길을 거쳤습니다.
- 벨라지오 (Bellagio): 환상적인 분수 쇼와 최고급 갤러리로 유명한 벨라지오의 우아함과 품격은 ‘일레인 터치’의 정점이었습니다.
- 윈 리조트 (Wynn Resorts): 2002년, 두 사람은 마침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윈 리조트’를 설립합니다. 일레인은 회사 이사회의 멤버로서 디자인, 마케팅, 인사 등 경영의 모든 핵심 영역에 깊숙이 관여했습니다.
“스티브가 뼈대를 세우면, 제가 살을 붙이고 영혼을 불어넣었죠. 우리는 완벽한 파트너였습니다. 이 도시의 모든 호텔에는 제 땀과 열정이 스며있어요. 저는 이 제국의 명백한 공동 창업자입니다.”
두 사람은 1986년 한 차례 이혼했지만, 서로가 없이는 완전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1991년 재결합합니다. 그들의 파트너십은 라스베이거스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제국의 심장부에서, 배신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 10억 달러의 이혼, 그리고 더 큰 배신의 시작
2009년,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넙니다. 스티브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영국 여성 안드레아 히솜과 사랑에 빠진 것입니다. 하지만 불륜보다 더 일레인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그해 이혼 소송 중에 우연히 알게 된 끔찍한 비밀이었습니다.
남편이 2005년, 회사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피소되자, 그 사실을 이사회는 물론 아내인 자신에게도 숨긴 채, 750만 달러라는 거액의 합의금을 주고 비밀리에 사건을 무마했다는 것.
40년 넘게 사업과 인생의 모든 것을 상의했던 파트너가, 그런 끔찍한 비밀을 자신에게 숨겼다는 사실은 단순한 부부 문제를 넘어선, 사업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완전히 파괴하는 행위였습니다. 그녀가 알던 스티브 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2010년, 두 사람은 이혼에 합의합니다. 일레인은 스티브가 보유한 윈 리조트 주식의 절반(당시 가치 약 7억 4천만 달러, 총 합의금 10억 달러 추산)을 받았습니다. 이로써 두 사람은 각각 회사 지분의 약 9%를 소유한 거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합의에는 교묘한 독소 조항이 숨어 있었습니다.
바로 ‘주주 계약(Shareholders' Agreement)’이었습니다. 이 계약은 일레인이 자신의 주식을 팔려면 반드시 스티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상 그녀의 재산권을 족쇄처럼 묶어두는 조항이었습니다. 당시 스티브는 “적대적 인수로부터 우리 모두와 회사를 지키기 위한 방패”라며 그녀를 설득했습니다. 41년간 함께한 파트너를 믿었던 일레인은 그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을 겨누는 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당신은 이사회에서 해고야” - 창업주를 내쫓은 남편
이혼 후 불과 2년. 스티브 윈은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2012년, 그는 자신이 통제하는 이사회를 움직여 공동 창업자인 일레인을 윈 리조트 이사회에서 축출해버립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만든 회사에서, 전 남편에 의해 쫓겨나는 굴욕을 당한 것입니다. 축출의 명분은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다’는 터무니없는 이유였습니다. 주주 계약으로 그녀의 손발을 묶어둔 채, 그녀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이사직마저 빼앗아버린 완벽한 배신이었습니다.
“그 순간의 모멸감과 배신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그는 제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윈 리조트는 제 인생이었고, 제 자부심이었으니까요. 저는 싸워야만 했습니다.”
그때부터 일레인의 기나긴 법정 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옥죄는 주주 계약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자신의 정당한 재산권을 되찾고, 전 남편의 부당한 지배력에 맞서기 위한 외로운 싸움이었습니다. 스티브 윈은 막강한 자금력과 법률팀을 동원해 그녀를 압박했습니다. 소송은 수년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졌고, 사람들은 그녀가 결국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 여왕의 귀환, 추락한 왕과 다시 일어선 제국
지리한 법정 다툼이 이어지던 2018년 1월. 모든 판도를 뒤엎는 사건이 터집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스티브 윈의 수십 년에 걸친 성추문 의혹을 대대적으로 폭로한 것입니다. 수많은 여직원들이 그의 성추행과 부적절한 행동을 증언했습니다.
그리고 이 폭로의 결정적인 단초가 된 것이 바로, 일레인이 소송 과정에서 밝혀낸 ‘2005년 750만 달러 비밀 합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녀의 외로운 싸움이, 역설적으로 제국을 뒤덮고 있던 추악한 비밀의 장막을 걷어낸 것입니다.
성추문 스캔들로 인해 스티브 윈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추락했습니다. 그는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윈 리조트의 회장 겸 CEO 자리에서 사임하고, 자신의 모든 지분을 매각한 채 불명예스럽게 퇴장했습니다. 그가 떠나자마자, 그녀를 옭아맸던 부당한 주주 계약은 법원에 의해 무효가 되었습니다.
8년간의 싸움 끝에, 일레인은 마침내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주식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되찾았고, 스티브가 떠난 후 회사의 최대 개인 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윈 리조트의 진정한 ‘여왕’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녀는 회사의 개혁을 주도하며, 무너진 제국의 명예를 되찾는 데 앞장섰습니다.
일레인 윈의 이야기는 10억 달러짜리 이혼 합의서에 담을 수 없는 대서사시입니다. 그것은 사랑과 배신, 좌절과 투쟁,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모든 것을 되찾은 한 여성의 위대한 승리의 기록입니다. 그녀는 돈 때문에 싸운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역사와 자존심, 그리고 자신이 창조한 제국을 지키기 위해 싸웠고, 결국 승리했습니다.
📜 판례 해설
본 콘텐츠는 2010년에 있었던 스티브 윈과 일레인 윈의 두 번째 이혼과 그 이후에 이어진 법적 분쟁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10년의 이혼 합의 과정이고, 두 번째는 합의 이후 발생한 주주 계약 무효 소송입니다.
2010년 이혼 합의 당시, 약 10억 달러 규모의 재산 분할(주로 윈 리조트 주식)이 이루어졌습니다. 핵심은 두 사람이 각자의 주식 매각 시 서로의 동의를 얻도록 한 ‘주주 계약’입니다. 이 계약은 이후 스티브 윈이 일레인을 이사회에서 축출하고 그녀의 재산권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었습니다. 이에 일레인은 2012년부터 계약 무효를 위한 긴 법정 소송에 돌입했습니다.
소송의 결정적 전환점은 2018년 스티브 윈의 성추문이 폭로된 사건입니다. 이 스캔들로 스티브 윈이 회사에서 완전히 물러나자, 법원은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하여 주주 계약의 무효를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일레인은 자신의 주식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되찾았고, 수년간의 법적 투쟁은 그녀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공개된 법원 기록과 언론 보도 등을 바탕으로 당사자의 심리 상태와 사건의 배경을 드라마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특정 인물에 대한 비방의 목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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