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남편, 30년 결혼생활의 배신과 눈물
"그 여자만 아니었어도... 내 30년 세월은 대체 누가 보상하나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에 수희 씨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너희 남편, 웬 젊은 여자랑 팔짱 끼고 백화점에 있더라." 아니, 아닐 거야. 출장 간다고 한 사람이. 분명 어젯밤에도 피곤한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속삭였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애써 태연한 척 전화를 끊었지만, 이미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 서막: 믿음이 무너진 그날
수희 씨와 남편은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만나 결혼했다.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밤낮으로 일했다. 남편이 작은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할 때, 수희 씨는 경리부터 현장 보조까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낡은 연립주택을 벗어나 번듯한 아파트로 이사하던 날,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던가. 그렇게 쌓아 올린 30년의 세월이었다. 남편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 믿었고, 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 믿음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며칠을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수희 씨는 결국 흥신소에 연락했다. 제발, 아니기만을 빌었다. 그러나 며칠 뒤 건네받은 사진 속에는 다정하게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주며 웃고 있는 남편과 낯선 여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고통. 그것은 단순한 배신감이 아니었다. 수희 씨의 인생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당신, 이 여자 누구야!"
사진을 집어던지자 남편은 처음에는 발뺌했다. 사업상 만난 사람일 뿐이라고, 오해라고. 하지만 계속되는 추궁에 그는 결국 모든 것을 실토했다. 상대는 거래처의 경리 여직원. 이미 2년 넘게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미안해. 하지만 정리할게. 한 번만 용서해 줘."
남편은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수희 씨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정리'라는 단어가 칼날처럼 가슴을 후벼 팠다. 2년 동안 나를 완벽하게 속여온 당신을, 내가 어떻게 다시 믿을 수 있을까?
⚔️ 전쟁의 시작: 상간녀, 그리고 이혼 소송
밤마다 남편과 그 여자의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몸과 마음이 병들어갔다. 수희 씨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 가정을 파괴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리라. 그녀는 먼저 상간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다툼은 생각보다 더 지독했다. 상간녀는 '유부남인 줄 몰랐다'며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남편 역시 법정에서는 '아내와의 관계는 이미 소원했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뿐'이라며 수희 씨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았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여보, 사랑해', '우리 빨리 합치자' 같은 기가 막힌 내용들이 가득했다. 그 증거들을 법정에서 마주할 때마다 수희 씨는 실신할 것 같은 모욕감과 분노에 떨어야 했다.
치열한 싸움 끝에 법원은 상간녀에게 1,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분이 풀릴 리 없었다. 30년의 세월을 송두리째 짓밟힌 대가가 고작 1,500만 원이라니. 허탈함과 분노가 뒤섞여 눈물이 쏟아졌다.
상간녀 소송이 끝나자마자, 수희 씨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다. 더 이상 그와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싶지 않았다.
💰 재산분할, 또 다른 상처
이혼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은 재산분할이었다. 30년간 함께 이룬 재산은 시가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와 남편 명의의 회사 지분, 그리고 약간의 예금이 전부였다. 수희 씨는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의 사업을 돕고,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며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크므로 최소 절반은 자신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남편의 주장은 달랐다.
- ✔️ 회사는 오롯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 ✔️ 아파트 역시 자신의 사업 자금으로 마련한 것이므로 자신의 기여도가 훨씬 높다.
- ✔️ 수희 씨는 전업주부로서 가사에만 충실했을 뿐, 적극적인 재산 증식에는 기여한 바가 미미하다.
남편의 주장을 듣는 순간, 수희 씨는 귀를 의심했다. 청춘을 바쳐 함께 고생했던 시간들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밤새워가며 세금계산서를 정리하고, 직원들 월급 날짜를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자신의 노력이 '미미한 기여'로 치부되는 순간, 남은 정마저 산산이 부서졌다.
법정은 차가웠다. 수희 씨가 얼마나 헌신했는지, 그 마음고생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구구절절 호소했지만, 판사는 냉정한 서류와 증거만을 요구할 뿐이었다. 남편은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의 기여도를 부풀리고, 수희 씨의 기여를 폄하하는 자료들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 절망적인 판결: "내 몫은 이것뿐인가요?"
길고 긴 싸움의 끝. 판결의 날이 밝았다.
판사는 남편의 유책을 인정하여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위자료는 3,000만 원이 인정되었다. 상간녀에게 받은 1,500만 원을 합쳐도 4,500만 원. 30년의 배신과 고통에 대한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금액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재산분할 결과였다.
법원은 부부의 공동재산을 아파트와 예금으로 한정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남편의 회사 지분은 '남편의 특유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비록 수희 씨가 간접적으로 기여한 바는 있으나, 회사의 가치 상승은 전적으로 남편의 경영 능력과 노력에 기인한 것이라는 이유였다.
결국 재산분할 대상은 아파트와 예금뿐이었고, 법원은 수희 씨의 기여도를 40%로 인정했다. 남편 60%, 아내 40%. 평생을 헌신한 결과가 이것이었다. 남편은 외도를 저지르고도 회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재산을 지켰고, 수희 씨는 낡은 몸과 깊은 상처, 그리고 아파트 지분 일부만을 손에 쥐게 되었다.
판결문을 받아 든 수희 씨는 법원 복도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억울하고 분했다. 법은 왜 내 편이 아닐까. 성실하게 가정을 지키고 남편을 내조한 죄밖에 없는데, 왜 모든 것을 잃어야 하는 걸까. 남편의 비웃는 듯한 얼굴이 떠올라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이것은 승리도, 정의도 아니었다. 그저 또 다른 상처와 절망의 확인일뿐이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2022년 춘천지방법원의 이혼 및 재산분할 판결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이혼 시 재산분할, 특히 배우자 일방이 운영해 온 사업체(법인 주식 등)의 분할과 기여도 산정에 대한 중요한 법적 쟁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법원은 혼인 기간이 30년에 이르고, 원고(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며 피고(남편)의 사업을 간접적으로 도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운영한 회사의 주식 가치 상승은 주로 남편 개인의 경영 능력과 노력에 따른 것이라 판단하여 이를 '특유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특유재산이란 원칙적으로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나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을 의미하지만, 이처럼 혼인 중 형성되었더라도 그 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가 미미하다고 판단되면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아파트 등 명백한 공동 형성 재산에 대해서만 분할을 명했으며, 그 기여도 역시 전업주부였던 아내에게 40%를 인정했습니다. 이 판결은 황혼 이혼 시 장기간 헌신한 전업주부의 기여도가 어떻게 평가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배우자 명의 사업체의 재산분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물이며,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등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입니다.
법률적인 문제나 구체적인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