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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13 "그래, 바람피웠어. 그래서 뭐, 어쩔 건데? "

바람피우고 큰소리치던 남편, 위자료 5천만 원에 무너진 날


"그래, 바람피웠어. 그래서 뭐, 어쩔 건데? 너만 입 다물면 아무 문제없어."

남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내 의심이 사실이 된 순간, 무너지는 가슴을 붙잡고 추궁하는 내게 돌아온 것은 미안하다는 말이 아니었다. 일말의 죄책감도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눈빛에는 오히려 나를 향한 경멸과 짜증만이 가득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배신이 아니구나. 내 지난 10년의 결혼 생활, 내 사랑, 내 믿음, 내 모든 것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구나.

 

사진-가면
거짓된 평화

🎭 완벽했던 가면, 거짓된 평화

2012년, 우리는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했다. 다정하고 유능한 남편, 토끼 같은 아이, 그리고 안락한 우리 집.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내 사진 속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족이었다. 나는 남편의 성공을 위해,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아내의 역할이자 행복이라고 믿었다.

 

남편은 언제나 바빴지만, 나는 그것이 우리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잦은 야근과 주말 출장에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가 집에 돌아와 피곤에 지쳐 잠들 때, 그 등을 토닥이며 안쓰러워했던 내가 참 어리석었다. 그의 피곤함은 일이 아니라, 다른 여자와의 밀회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으니까.

그 완벽한 가면 아래서, 우리 집이라는 무대 위에서,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행복을 연기하고 있었다.

💔 배신보다 아팠던 그의 경멸

의심의 씨앗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우연히 본 그의 휴대폰 잠금 화면에 떠오른 낯선 이름의 메시지. '오빠, 오늘 즐거웠어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누구냐는 나의 떨리는 목소리에 남편은 처음에는 친구, 회사 동료라며 둘러댔다. 하지만 나의 추궁이 계속되자, 그는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래, 만나는 사람 있어. 됐냐?"

그의 태연한 인정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를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은 그의 다음 말들이었다.

  • ✔️ "요즘 안 그런 남자가 어디 있어? 유난 떨지 마."
  • ✔️ "네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으니까 내가 밖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거 아냐?"
  • ✔️ "애 생각해서라도 조용히 넘어가. 이 집에서 편하게 살고 싶으면."

그는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렸다. 내가 부족해서, 내가 매력이 없어서, 내가 그를 외롭게 만들어서 바람을 피웠다는 논리였다. 배신감보다 더 큰 모멸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더 이상 내가 알던 남편이 아니었다. 내 앞에는 나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모든 것을 파괴하려는 낯선 괴물이 서 있었다.

 

그날 이후, 집은 감옥이 되었다. 그는 사과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은커녕, 나를 벌레 보듯 대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투명 인간 취급을 했고, 내가 말을 걸면 경멸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무시로 일관했다. 아이 앞에서도 그는 나를 없는 사람처럼 대했다. 그의 감정적 학대와 가스라이팅 속에서 나는 서서히 말라갔다.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심장은 늘 불안하게 뛰었다. 결국 나는 정신과를 찾아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자신의 짐을 챙겨 집을 나갔다. 나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가 떠난 텅 빈 집에서, 나는 결심했다. 이 지옥을 끝내야겠다고. 이것은 더 이상 사랑의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생존의 문제였다.

⚔️ 나의 존엄을 건 마지막 전쟁

이혼 소송은 나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전쟁이었다. 변호사를 찾아가 그간의 일을 털어놓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남편의 외도 증거, 그가 나에게 보냈던 경멸적인 메시지, 나의 정신과 진단서와 진료기록까지. 하나하나 증거를 모을 때마다 그의 민낯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 심장이 조각나는 듯 아팠다.

 

법정에서 남편은 여전히 뻔뻔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아내의 과도한 의심과 집착 때문에 관계가 힘들어졌다'며 혼인 파탄의 책임을 내게 떠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의 외도 증거는 명백했고, 그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는 우리의 메시지 기록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나는 재판장에게 눈물로 호소했다. 외도보다 더 저를 고통스럽게 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짓밟은 그의 태도였다고.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경멸이 제 영혼을 얼마나 병들게 했는지 알아달라고.

🏆 통쾌한 판결, 그러나 공허한 마음

심판의 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판결 선고를 들었다.

재판부는 명확하게 판결했다. "피고(남편)의 부정행위와 부당한 대우로 인해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음이 명백하다." 그는 유책배우자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판결이 이어졌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50,000,000원을 지급하라."

 

오천만 원.

법정에서 인정되는 위자료가 통상 1~3천만 원 수준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금액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재판부는 단순한 외도를 넘어, 그 후의 경멸적인 태도와 나의 정신적 고통을 매우 무겁게 판단해 준 것이었다. 재산분할 역시 나의 10년간의 가사노동과 양육을 온전히 인정받아 50:50으로 결정되었고, 아이의 양육권도 당연히 내게 돌아왔다.

 

모든 것이 내가 이긴 완벽한 승리였다. 내 옆의 변호사는 환하게 웃으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판결문에 찍힌 '50,000,000원'이라는 숫자를 보는데, 기쁨이 아니라 깊은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 돈으로 내 찢긴 마음을 꿰맬 수 있을까? 짓밟힌 자존감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까? 내 인생에서 도려내진 10년의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법정을 나오자, 패소한 남편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의 무너진 모습을 보는 것은 통쾌했지만, 그 통쾌함은 짧았다. 이 승리는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법은 나에게 돈과 정의를 주었지만, 내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해주지는 못했다. 이제부터는 오롯이 나 혼자, 이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 싸움은 법정이 아닌 내 마음속에서, 아마 평생 계속될 것이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2023년 수원가정법원 안양지원의 이혼 및 위자료 판결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이혼 소송에서 위자료 액수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통상적으로 외도로 인한 이혼 위자료는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사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은 5,000만 원이라는 매우 높은 액수의 위자료를 인정했습니다. 이렇게 높은 위자료가 인정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단순 부정행위를 넘어선 '부당한 대우': 재판부는 피고(남편)가 단순히 외도를 한 것을 넘어, 발각된 이후에도 반성하기는커녕 원고(아내)를 경멸적인 태도로 대하고 감정적으로 학대한 점을 매우 중요한 파탄의 책임으로 보았습니다.
  2. 피해자의 극심한 정신적 고통: 원고가 남편의 태도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정신과 진료까지 받은 사실이 객관적인 증거(진료기록)로 입증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위자료 증액의 핵심적인 요소로 참작했습니다.
  3. 유책배우자의 태도: 재판 과정 내내 반성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피고의 태도 역시 위자료 산정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혼인 기간 동안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원고의 기여도를 50%로 인정한 재산분할 판결 역시 가사노동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이 판례는 법원이 이혼 사유의 경중, 특히 유책배우자의 2차 가해(감정적 학대 등)를 얼마나 심각하게 판단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물이며,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등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입니다.
법률적인 문제나 구체적인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Tags: #이혼위자료 #상간소송 #유책배우자 #가스라이팅 #재산분할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