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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15 “네가 번 돈도 아닌데” 무시하던 남편, 제 월급도 재산분할 대상이랍니다

 

"네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회사 들어간 거잖아. 어디서 돈 번다고 유세야?"

남편의 입에서는 언제나 독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승진한 날에도, 제가 받은 성과급으로 아이들 선물을 사준 날에도, 그는 칭찬 대신 비아냥과 무시로 제 자존감을 갉아먹었습니다. 그의 세상에서 여자인 제가 돈을 버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운' 또는 '특혜'였고, 제 월급 통장은 그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가져다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일 뿐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혼 법정에서는 제 월급과 퇴직금까지 '공동재산'이라며 자신의 몫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혀서 눈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진-술마시는남녀
누구랑 술마셨냐?

 

👩‍💼 유리천장을 깨고도, 집에서는 죄인이었습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알파걸'이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했고, 결혼 후에도 출산과 육아의 부담 속에서 꿋꿋하게 버티며 커리어를 이어왔습니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아이에게는 늘 미안한 '워킹맘'이었지만, 제 힘으로 가정을 꾸려나간다는 자부심 하나로 힘든 시간을 견뎠습니다.

 

남편은 그런 저를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저보다 수입이 적다는 사실에 대한 자격지심을, 저를 향한 비난과 통제로 풀었습니다. 제가 회사 사람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날이면 "어떤 놈이랑 술 마시냐"며 의심했고, 제가 성과를 인정받으면 "여직원이라고 봐준 것"이라며 제 노력을 폄하했습니다.

 

"너는 그냥 애나 보고 살림이나 해. 그게 네 주제에 맞아."

그의 폭언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는 제 모든 경제 활동을 통제하려 들었고, 제 월급의 대부분을 자신의 주식 투자나 유흥비로 사용했습니다.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하면, "능력도 안 되면서 왜 회사를 다니냐"며 오히려 저를 탓했습니다.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창살에 갇혀 서서히 질식해 가는 감옥이었습니다.

💔 마지막 자존심, 이혼 그리고 재산 전쟁

결정적으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이 제게 고함을 치는 모습을 본 아이가 겁에 질려 우는 것을 보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에게 왜곡된 부부 관계와 폭력적인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습니다.

 

소송 과정에서 남편의 민낯은 더욱 추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저의 '과도한 사회생활'과 '가정 소홀'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재산분할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상상도 못 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 "네 월급도 내 것" 그의 황당한 주장

"아내가 결혼 생활 중에 벌어들인 월급과 앞으로 받을 퇴직금, 그리고 아내 명의의 아파트 모두 부부가 함께 이룬 공동재산입니다. 따라서 그 절반은 제 것입니다."

 

그의 주장을 듣는 순간, 저는 이성과 분노의 끈을 놓칠 뻔했습니다. 결혼 생활 내내 제 월급을 '네 돈'이라며 무시하고 마음대로 가져다 썼던 사람이, 이제 와서 법의 이름으로 '우리 돈'이라고 주장하는 이중성에 치가 떨렸습니다. 그는 제가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제 명의의 아파트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는 뻔뻔함을 보였습니다.

 

저는 반박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제가 결혼 전에 부모님 도움과 제 돈으로 마련한 특유재산입니다. 그리고 제 월급은 대부분 남편의 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사용하여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가 이 재산에 기여한 바는 전혀 없습니다!"

 

법정은 저의 피 땀 눈물이 담긴 월급 명세서와 그의 카드 내역서를 앞에 두고, 과연 누구의 기여가 있었는지를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모든 삶이 숫자로 환원되어 평가받는 잔인한 시간이었습니다.

⚖️ 법의 냉정한 계산기, 그리고 남은 상처

재판부는 남편의 계속된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으로 인정하고 이혼을 명했습니다. 위자료 2,000만 원도 인정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재산분할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원고(아내) 명의의 아파트는 혼인 전 취득한 특유재산으로, 재산 유지에 피고(남편)가 기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

 

일단 제 집은 지켜냈다는 사실에 안도했습니다. 하지만 제 월급과 퇴직금에 대한 판단은 달랐습니다.

"원고의 급여와 장래 수령할 퇴직금은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된 재산으로 볼 수 있으므로 분할 대상이 된다. 다만, 재산 형성 경위와 원고의 기여가 절대적인 점을 고려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재산분할로 1,500만 원을 지급하라."

 

결론적으로는 제가 남편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저에게 돈을 주라는 판결이었습니다. 사실상 저의 승소였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법률적으로는 제 월급이 '공동재산'의 성격을 띤다는 사실, 그래서 그의 기여도를 따져봐야 한다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나 모욕적이었습니다. 제 월급 통장을 ATM처럼 여기던 그의 삶의 방식이, 법정에서도 일부 인정된 것만 같은 씁쓸함.

 

판결문을 받아 들고 법원을 나서는데, '네가 번 돈도 아닌데'라던 그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법은 저의 재산을 지켜주었지만, 결혼 생활 내내 짓밟혔던 제 노력과 자존감의 상처까지 씻어주지는 못했습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2023년 수원가정법원의 이혼 및 재산분할 판결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맞벌이 부부의 재산분할, 특히 일방 배우자의 '특유재산'과 '급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쟁점을 다룹니다.

  1. 특유재산의 분할 대상 여부: 법원은 원고(아내)가 혼인 전에 자신의 자금으로 마련한 아파트에 대해, 피고(남편)가 그 재산의 유지나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으므로 이를 '특유재산'으로 보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는 '내 것은 내 것'이라는 주장이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2. 맞벌이 아내의 급여와 퇴직금: 법원은 원칙적으로 혼인 기간 중 발생한 급여와 퇴직금은 부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공동재산'으로 봅니다. 이는 비록 한 사람의 명의로 된 통장에 있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3. 기여도의 실질적 판단: 다만 법원은 '공동재산'이라고 해서 기계적으로 50:50으로 나누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아내가 주도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남편은 폭언 외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은 점, 오히려 아내의 돈을 탕진한 점 등을 고려하여 남편의 기여를 거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남편이 가진 소액의 재산마저 아내에게 분할해 주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아내의 기여도가 100%에 가깝다고 실질적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이 판결은 맞벌이 부부 이혼 시, 각자의 명의로 된 재산이라 할지라도 법적으로는 공동재산으로 취급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재산 형성 및 유지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도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분할 비율이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 이 글은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물이며,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등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입니다.
법률적인 문제나 구체적인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