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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16 “종교에 미친 여자” 남편의 모함, 시어머니의 기도 강요가 지옥의 시작

 

"어디서 며느리가 교회 갈 생각을 안 해? 너, 사탄 들렸니?"

시어머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내용은 칼날 같았습니다. 매주 일요일 아침, 제 손을 붙잡고 교회를 가자고 조르는 시어머니와 그 옆에서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저를 압박하는 남편. 저는 그 집에서 이방인이었고, 구원받아야 할 죄인이었습니다. 결혼 전, 분명 종교가 없다고 말했고 남편도 존중한다고 약속했건만, 결혼 생활은 끝없는 종교 강요와 신앙 증명의 연속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그 집을 뛰쳐나왔을 때, 남편은 법정에서 제가 '종교에 미쳐 가정을 버렸다'고 모함했습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있을까요.

 

사진-십자가액자
아직 마음의 준비가...

 

🙏 존중하겠다는 약속, 거짓된 시작

저는 특별한 종교가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남편과 연애할 때, 그의 집안이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남편 스스로도 "우리 엄마가 좀 열성적이긴 한데, 당신에게 강요할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내가 막아줄게"라고 몇 번이나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그 든든한 말을 믿고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결혼과 동시에 휴지 조각이 되었습니다. 신혼집에 처음 인사 오신 시어머니는 거실 한가운데에 커다란 십자가 액자를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매주 주말마다 저희 집에 오셔서 함께 '가정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선포하셨습니다. 제가 머뭇거리자, 저를 위해 기도해주겠다며 제 머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그 서늘한 감촉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어머니,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아가, 믿음은 그냥 갖는 거야. 주님을 영접하면 네 영혼이 평안해질 거다."

 

남편은 어디 있었냐고요? 그는 '우리 엄마가 악의가 있는 분은 아니'라며, '그냥 맞춰드리는 척만 해'라며 시어머니의 편에 서서 저를 설득했습니다. 저를 막아주겠다던 그 남자는 온데간데없고, 시어머니의 충실한 아들만 남아있었습니다.

⛪️ 끝나지 않는 기도, 숨 막히는 가정

결혼 생활은 그야말로 '강요된 신앙생활'이었습니다.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가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새벽 기도, 수요 예배, 금요 철야 예배까지. 시어머니는 저를 온갖 종교 행사에 끌고 다녔습니다. 제가 피곤한 기색을 보이거나 거절하면, 시어머니는 제 믿음이 부족하다며 탄식했고 남편은 제가 노력하지 않는다며 비난했습니다.

 

"당신만 우리 가족의 믿음을 어지럽히고 있어. 당신 때문에 우리 집에 불행이 닥칠 거야."

점점 저는 그 집안의 '문제아'이자 '사탄'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세상에서 믿음이 없는 저는 구제 불능의 존재였습니다. 식사 기도 시간에 눈을 감지 않았다는 이유로, 헌금을 적게 냈다는 이유로 온갖 핀잔을 들어야 했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송두리째 짓밟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폭발했습니다. "어머님, 저는 어머님의 믿음을 존중하지만 제발 제게 강요하지 마세요! 여보, 당신도 제발 나 좀 지켜줘!" 그날, 집안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시어머니는 제가 사탄에 씌었다며 통곡했고, 남편은 제게 어떻게 시어머니에게 대들 수 있냐며 고함을 쳤습니다. 그 길로 저는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 "아내가 종교에 미쳤다" 황당한 모함

제가 이혼 소송을 제기하자, 남편은 상상도 못 할 거짓말로 저를 공격했습니다. 제가 특정 종교(자신들의 종교가 아닌)에 광신적으로 빠져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가출까지 했다며 저를 유책배우자로 몰아간 것입니다.

 

"제 아내는 이상한 종교에 빠져 집안의 돈을 헌금으로 바치고, 자녀를 돌보지 않은 채 가출하여 혼인을 파탄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그들의 종교를 거부한 저를, 다른 종교에 미친 여자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그들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저는 가해자였고, 그들은 독실한 믿음의 가정을 지키려다 상처받은 피해자였습니다. 그들의 가스라이팅과 이중성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위선을 벗겨내기 위해, 제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 했습니다.

⚖️ 진실을 가린 법원의 판결

법정에서 저는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저는 특정 종교에 빠진 적이 없으며, 오히려 시댁의 일방적인 종교 강요와 남편의 방관으로 인해 고통받았다고. 제 통장 내역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 제가 종교 활동에 돈을 쓴 적이 없음을, 오히려 시댁의 강요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음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재판부는 결국 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피고(남편)와 그 모친이 원고(아내)에게 자신들의 종교를 강요하고, 원고가 이를 따르지 않자 비난하는 등 부당하게 대우하여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남편의 거짓말은 법정에서 산산조각 났습니다. 법원은 저의 고통을 인정하고, 남편에게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겼습니다. 진실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왜 이리도 허무할까요. '종교에 미친 여자'라는 누명을 벗기 위해 싸워야 했던 시간들, 존중받지 못하고 내몰려야 했던 서러움이 1,500만 원이라는 숫자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일까요? 법은 저의 억울함은 풀어주었지만,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그 폭력의 상처까지 지워주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자유로워지고 싶었을 뿐인데,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야 했습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2023년 의정부지방법원의 이혼 및 위자료 판결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부부 사이 또는 시댁과의 '종교 갈등'이 민법 제840조 제3호('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또는 제6호('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1. 신앙의 자유 침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신앙의 자유'는 부부 관계에서도 존중되어야 할 기본권입니다. 배우자 일방이나 시댁이 자신의 종교를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가정생활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명백한 유책 사유가 됩니다.
  2. 배우자의 방관과 동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시어머니의 종교 강요뿐만 아니라, 이를 제지하거나 아내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어머니의 편에서 아내를 비난한 남편의 '방관과 동조' 행위를 중요한 파탄의 책임으로 인정했습니다. 부부 사이의 갈등을 중재해야 할 배우자가 의무를 저버린 것입니다.
  3. 거짓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남편)가 오히려 원고(아내)가 다른 종교에 빠져 가정을 파탄시켰다고 거짓 주장을 한 점은, 재판부가 피고의 유책성을 더욱 무겁게 판단하고 위자료를 산정하는 데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 판결은 '사랑'이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함부로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개인의 가장 내밀한 영역이며, 이에 대한 존중이 무너질 때 혼인 관계 역시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 이 글은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물이며,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등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입니다.
법률적인 문제나 구체적인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