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밖에서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돈 한 푼 못 버는 너는 그냥 입 닥치고 있어!"
남편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 때마다, 저는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20년 전, 그의 성실함을 믿고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그의 끝없는 도박과 사업 실패,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을 제게 돌리는 폭언으로 가득 찬 지옥이었습니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식당 일을 하고, 밤에는 부업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지만, 그 돈은 그의 도박 빚을 갚는 데 쓰이기 일쑤였습니다. 돈을 벌어오는 것은 저였지만, 집안의 경제권을 쥐고 저를 '돈 못 버는 여자'라며 무시하는 사람은 남편이었습니다. 그 기나긴 모순과 고통의 세월을 이제는 끝내야 했습니다.
🎰 빚더미와 폭언, 20년의 굴레
결혼 초, 남편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성실한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탕'을 노리고 주식과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불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돈으로 시작했던 도박은 점점 그 규모가 커졌고, 가게는 헐값에 넘어가고 집에는 차압 딱지가 붙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굶길 수 없다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저녁에는 옷가지에 단추를 다는 부업을 했습니다. 그렇게 피땀 흘려 번 돈은, 남편이 '사업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가져가 도박으로 탕진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집안의 물건을 부수고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너 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어. 네가 돈만 잘 대줬어도 지금쯤 큰 성공을 했을 거야!"
"애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냐? 아빠 기 한번 못 살려주고."
그는 자신의 무능과 실패를 모두 저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벌어오는 것은 저였지만, 그는 저를 '돈 못 버는 무능한 아내'라고 비난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저는 그저 죄인이었습니다. 남편을 잘못 만나 아이들을 고생시키는 죄인, 남편의 성공을 뒷바라지하지 못하는 무능한 죄인.
💔 마지막 희망의 소멸
저는 수십 번이고 이혼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서 아빠를 빼앗을 수 없다'는 생각과 '언젠가는 정신 차리고 돌아오겠지'라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주저앉기를 반복했습니다. 그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제가 아이들 대학 등록금으로 쓰려고 숨겨두었던 마지막 적금 통장까지 그가 몰래 해약하여 도박으로 날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빌었지만, 그의 눈에는 후회나 미안함이 없었습니다. 오직 '이번 위기만 넘기자'는 다급함뿐이었습니다. 그 눈을 보는 순간, 제 20년의 인내가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그를 위해, 이 가정을 위해 희생할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 "가정에 충실했다" 그의 파렴치한 주장
이혼 소송을 제기하자, 남편은 법정에서 자신이 '가정을 위해 헌신했으나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박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사업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고 변명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가정을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나돌았다고 저를 비난했습니다.
"아내는 저의 어려움을 이해해주지 않았고, 늘 돈 문제로 저를 닦달하며 무시했습니다. 저는 가족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듣는 방청석의 아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떨고 있었습니다. 누가 진실을 알고 있는데, 누가 이 가정의 기둥이었는데. 저는 지난 20년간의 가계부, 제가 일했던 식당 동료들의 증언, 그리고 남편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준 내역이 담긴 서류들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제 인생의 고통이 담긴 그 서류들 앞에서 남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 텅 빈 재산, 그리고 남겨진 것들
재판부는 남편의 오랜 도박과 폭언, 경제적 무책임을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으로 명백히 인정했습니다.
"피고(남편)는 장기간 도박에 빠져 가정의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고, 그 과정에서 원고(아내)에게 폭언을 일삼는 등 부양의무를 저버렸다. 혼인 파탄의 책임은 전적으로 피고에게 있다."
법원은 이혼을 명하며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재산분할은 더욱 비참했습니다. 20년의 결혼 생활 끝에 남은 것은 빚뿐이었고, 분할할 재산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남편 명의의 오래된 자동차 외에는 분할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제 손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위자료 1,500만 원. 남편이 그 돈을 줄 능력이나 의지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제 20년의 청춘과 노동, 눈물은 빚더미와 깊은 상처만을 남기고 공중으로 흩어졌습니다.
법원을 나오며 하늘을 보았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돈 못 버는 너는 입 닥쳐'라던 그의 목소리. 이제 그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이 유일한 위안이었습니다. 저는 이제부터라도 저 자신을 위해, 제 이름으로 돈을 벌고 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비록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다시 시작하지만,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없기에 오히려 자유로웠습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2020년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의 이혼 등 판결을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배우자의 장기간에 걸친 도박, 경제적 무능, 그리고 정서적 학대가 어떻게 혼인 파탄의 원인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 도박과 부양의무 위반: 상습적인 도박은 그 자체로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박으로 인해 가정을 경제적 파탄에 이르게 하고, 배우자나 자녀를 부양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명백한 유책 사유가 됩니다.
- 경제적 폭력과 정서적 학대: 이 사건에서 남편은 도박뿐만 아니라, 돈을 벌어오는 아내에게 오히려 '돈도 못 번다'고 비난하며 정서적으로 학대했습니다. 이는 '경제적 폭력'의 일환이자 심히 부당한 대우(민법 제840조 제3호)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복합적인 유책 사유를 근거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전적으로 남편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현실: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재산분할과 위자료의 실효성 문제입니다. 법원이 이혼을 명하고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리더라도, 상대방에게 변제 능력이 없으면 그 판결은 종이 조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처럼 부부 공동재산이 거의 없고 빚만 남은 경우, 재산분할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게 됩니다. 이는 이혼 소송의 비극적인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 판결은 한 사람의 중독과 무책임이 한 가정을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법적인 승리를 얻더라도 경제적인 회복이 담보되지 않는 이혼의 냉혹한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사례입니다.
※ 이 글은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창작물이며,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등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것입니다.
법률적인 문제나 구체적인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