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우리 엄마가... 너랑은 절대 안 된대. 결혼, 없던 걸로 하자."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랑한다", "평생 함께하자" 속삭이며 웨딩드레스를 함께 골라주던 그 사람이 맞나 싶었죠. 제 손에 들려 있던 웨딩홀 계약서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순간 제 세상도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사실혼 관계의 부당한 파기, 그리고 그 끝에 남은 것은 지독한 배신감과 700만원이라는 숫자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누군가에게는 '사랑'이었고, 법적으로는 '사실혼'이었으며, 결과적으로는 '상처'가 되어버린 제 이야기를 털어놓으려 합니다. 이 글은 단순한 파혼 후기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도 당당했던 그와, 그 방패막이 되어준 그의 어머니, 그리고 법의 차가운 저울 앞에서 홀로 싸워야 했던 저의 처절한 기록입니다.
💖 "우리 결혼하자" 그 달콤한 약속을 믿었습니다
그와 저는 직장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자상하고 유머러스한 그에게 끌렸고, 저희는 금세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꿈만 같았죠. 주말마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예쁜 카페에서 미래를 그렸습니다. 서로의 가치관과 삶의 목표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영아, 우리 그냥 합치자. 어차피 결혼할 건데 뭐하러 돈 낭비해."
그의 제안은 합리적으로 들렸습니다. 저희는 그의 이름으로 작은 빌라를 구해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신혼집을 꾸미는 일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함께 가구를 고르고, 커튼 색깔을 상의하고, 주방용품을 하나하나 채워나가며 우리의 미래를 그렸습니다. 주변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은 모두 저희를 '부부'라고 불렀고, 저희 역시 스스로를 그렇게 여겼습니다. 양가 부모님께도 인사를 드렸고, 상견례 날짜까지 잡아가며 결혼 준비는 착착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저는 그와의 완벽한 가정을 꿈꾸며 직장까지 그만두었습니다. '예비 시어머니'가 될 그의 어머니가 "여자는 집에서 살림하며 남편 내조하는 게 최고"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서운했지만, 그를 사랑했기에,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비극의 시작일 줄은 꿈에도 몰랐죠.
😠 "우리 아들은 안 돼!" 시어머니의 그림자, 그리고 그의 배신
문제는 상견례를 앞두고 터졌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처음부터 저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말투 하나, 행동 하나에 날이 서 있었죠. "여자가 너무 드세 보인다", "우리 아들이 아깝다"는 말을 제 앞에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저희 부모님의 노후 준비에 대해 캐묻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제가, 소위 말하는 '빵빵한' 집안의 딸이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날 이후, 그의 어머니는 노골적으로 결혼을 반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너희, 결혼 다시 생각해 봐라. 내가 보기엔 영 아니야."
저는 그가 제 편이 되어줄 거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걱정 마, 엄마는 내가 설득할게. 우린 아무 문제없을 거야."라며 저를 안심시켰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효자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마마보이였을까요? 어머니의 반대가 거세지자 그는 점점 지쳐갔고, 저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는 횟수가 줄었고, 대화는 단답형으로 변해갔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그날, 그는 전화 한 통으로 우리 관계의 종말을 고했습니다. 2년간의 동거, 함께 나눈 사랑의 맹세, 결혼이라는 약속, 제가 포기한 커리어... 그 모든 것이 '엄마의 반대'라는 말 한마디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사실혼 부당파기의 칼날은 너무나도 날카로워 제 심장을 그대로 관통했습니다.
그는 제 연락을 피했고, 며칠 뒤에는 짐을 빼라는 문자메시지만 덜렁 보내왔습니다. 우리가 함께 꾸렸던 보금자리에서 저는 순식간에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분노와 슬픔, 배신감에 몸을 떨었습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습니다. 제 잃어버린 시간과 짓밟힌 마음에 대해, 그리고 이 관계 파탄의 책임에 대해 법의 심판을 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정신적 피해보상, 즉 위자료라도 받아야 제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았습니다.
⚖️ 법정에서의 외로운 싸움, 그리고 차가운 판결
소송은 생각보다 더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사실혼 관계였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함께 찍은 사진, 친구들의 증언, 웨딩홀 계약서, 심지어 함께 장을 본 신용카드 내역까지... 우리의 추억이 담긴 모든 것들이 차가운 증거물이 되어 법정에 제출되었습니다.
그는 법정에서 "결혼을 전제로 동거한 것은 맞지만, 성격 차이로 인해 헤어진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머니의 반대는 부차적인 문제였다는 것이었죠. 그의 뻔뻔한 거짓말에 저는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사랑했던 남자가 법정에서 저를 모욕하고, 우리의 관계를 폄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위자료로 3,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 결혼을 위해 포기한 제 경력,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통째로 찢어버린 대가로는 턱없이 부족했죠.
몇 달간의 지루한 법정 다툼 끝에, 드디어 판결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다행히 우리의 관계가 '혼인의사가 합치되어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고 있었던 사실혼 관계'였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어머니의 반대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관계를 파기한 것은 '사실혼 부당파기'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제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제 승리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판결문 마지막에 적힌 숫자를 보고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7,000,000원을 지급하라."
700만원.
청구했던 3,000만원의 4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었습니다. 제 2년의 세월, 짓밟힌 자존심, 송두리째 흔들린 미래의 가치가 고작 700만원이라니. 승소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큰 허탈감과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법이 제 상처의 깊이를 제대로 헤아려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는 아마도 700만원을 던져주며 '이걸로 똥 밟았다 치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돈을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제 상처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모욕처럼 느껴졌습니다.
판례 해설
본 이야기는 의정부지방법원 2023년 판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법원은 실제로 원고와 피고가 결혼 의사를 가지고 동거하며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었으므로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모친의 반대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사실혼 관계를 파기한 것은 부당파기에 해당하며, 이로 인한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사실혼 기간, 파탄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 액수를 700만 원으로 산정한 사례입니다. 이는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위자료 청구 시, 관계의 구체적인 내용과 파탄 경위가 액수 산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을 보여줍니다.
😥 법률적인 문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이 글은 특정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이며, 법률 자문이나 해석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문제로 고통받고 계시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꼭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