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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21 😠 의부증 남편의 감옥, '걸레' 폭언... 제 상처값은 1500만원인가요?

"어디서 어떤 놈이랑 뒹굴다 이제 들어와? 휴대폰 당장 내놔봐, 이 걸레 같은 X아!"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제 얼굴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힌 남편의 목소리였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아니라, 저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감시자의 목소리였죠. 그의 눈은 의심과 경멸로 가득 차 있었고, 저는 그 앞에서 숨 막히는 취조를 당하는 죄인이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수년간 견뎌온 결혼 생활, 아니, '감옥' 생활의 실체였습니다. 의부증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기한 이혼 소송, 그 끝에서 법원은 제 손을 들어주었지만, 제 영혼에 새겨진 상처의 대가는 고작 위자료 1500만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의심과 폭언으로 얼룩진 제 결혼 생활의 종말을 고하려 합니다. 이 이야기는 재판상 이혼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기록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이 어떻게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지에 대한 고발입니다. 그리고 법이 인정한 '정신적 고통'의 대가가 현실의 상처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사진-지옥
지옥의 시작

 

💍 사랑이라 믿었던 시작, 의심의 싹이 트다

모든 부부가 그렇듯, 저희의 시작도 행복했습니다. 다정하고 헌신적이던 그의 모습에 평생을 약속했죠. 하지만 그 다정함의 이면에는 지독한 소유욕과 의심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신혼의 달콤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는 저를 옥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집착이었습니다. "오늘은 누구랑 점심 먹었어?",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정도의 질문이었죠.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관심의 표현이라고 좋게 생각하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의 의심은 날이 갈수록 병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제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한 일은 제 휴대폰을 검사하는 것이었습니다. 통화 목록,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대화 내용까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정황, 예컨대 남자 동료의 이름이라도 발견되면 그날은 지옥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상상에 기반한 부정행위 의심은 끝이 없었고, 저는 밤새 그의 추궁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네가 하는 행동을 봐. 의심 안 하게 생겼어?"

 

그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제게 돌렸습니다. 회식이 늦어지면 "딴 놈이랑 붙어먹느라 늦는 거"라고 매도했고, 친구를 만나고 오면 "무슨 작당모의를 하고 왔냐"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제 모든 인간관계는 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단절되어야 했습니다.

⛓️ 위치추적과 폭언, 벗어날 수 없었던 감시의 눈

어느 날, 제 스마트폰 배터리가 유난히 빨리 닳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확인해 본 결과, 제 휴대폰에는 제가 모르는 위치추적 앱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심지어 얼마나 머무는지까지 그는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그의 아내가 아니라, 24시간 감시받는 수감자였습니다. 그의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었고, 그가 만든 거대한 감옥이었습니다.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항의하는 제게 돌아온 것은 끔찍한 폭언이었습니다.

 

"바람피우는 것들은 다 이렇게 관리해야 돼. 넌 걸레야, 걸레!"

그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제 인격을 짓밟았습니다. 제 부모님까지 모욕하며 저를 무너뜨렸습니다. '걸레', '더러운 X' 같은 단어들이 매일 밤 제 귀에 메아리쳤습니다. 제 자존감은 산산조각 났고, 저는 점점 스스로를 정말 '문제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게 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원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를 완전히 고립시키고 통제하는 것.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습니다. 이 혼인 관계를 파탄시킨 것은 바로 그의 병적인 의심과 폭력적인 언행이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되찾기 위해, 이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가 이혼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 법정에서 인정된 그의 잘못, 그러나 남은 것은...

법정에서도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시와 폭언이 "아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었다거나, "아내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그의 변명을 들으며, 저는 마지막 남았던 일말의 연민마저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의 의심이 얼마나 근거 없었는지, 그의 감시와 폭언이 제 영혼을 얼마나 파괴했는지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위치추적 앱의 기록, 폭언이 담긴 녹음 파일, 그의 의심을 뒷받침하는 문자 메시지들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 싸움이었습니다.

 

마침내 법원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남편)는 객관적인 증거 없이 원고(아내)의 부정행위를 의심하고, 위치추적 앱을 설치하여 감시하며, 심한 폭언을 일삼음으로써 혼인 관계의 기초가 되는 신뢰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명백히 선언한 것입니다.

 

그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제 억울함이, 제 고통이 드디어 세상 밖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이 모든 상처를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가 제게 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3,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판결은 제게 또 다른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15,000,000원을 지급하라."

1500만원.

제가 청구한 금액의 절반이었습니다. 수년간 감옥 같은 집에서 감시당하고, '걸레'라는 소리를 들으며 짓밟힌 제 인격, 앞으로 평생 안고 가야 할 트라우마와 상처의 가치가 겨우 1500만원이라는 말인가요? 법이 인정한 그의 명백한 잘못에 대한 대가가 이것뿐이라니. 이혼을 했다는 해방감보다, 제 고통이 헐값에 팔린 것 같은 허무함과 분노가 더 크게 밀려왔습니다.


판례 해설

본 이야기는 수원가정법원 2022년 판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배우자에 대한 부당한 의심과 감시(위치추 앱 설치 등), 그리고 지속적인 폭언은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 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혼인 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남편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아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혼인 기간, 파탄 경위, 유책 행위의 정도, 당사자의 나이 및 재산상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1,500만 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이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명확히 인정하면서도, 위자료 액수는 다양한 요소를 참작하여 결정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법률적인 문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이 글은 실제 판례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이며, 법률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배우자의 부당한 대우로 고통받고 있다면, 더 이상 혼자 힘들어하지 마시고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자신의 권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