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또 스포츠토토에 손댄 거야? 우리 아이는 어떡하고!"
제 애원은 그의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두 눈은 이미 스마트폰 화면의 시시각각 변하는 배당률에 고정되어 있었으니까요.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했던 남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도박이라는 괴물에 영혼을 잠식당한 낯선 남자만이 제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 괴물은 결국 우리 가족의 발이었던 자동차까지 삼켜버렸습니다. 도박중독 남편과의 끔찍했던 10년 결혼 생활을 끝내기 위해 선 법정. 법원은 모든 잘못이 그에게 있다고 했지만, 제게 돌아온 이혼 위자료는 고작 1000만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한 사람의 중독이 한 가정을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그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이혼 후기가 아닙니다. '한탕'이라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아내와 자식을 나락으로 끌고 간 한 남자와, 그가 남긴 도박 빚과 상처를 끌어안고 세상에 다시 서야 하는 한 여자의 절규입니다.
🎲 '소소한 재미'가 '지독한 중독'이 되기까지
그가 처음 '스포츠토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직장 동료들과 소액으로 즐기는, 삶의 작은 활력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죠. "주말에 축구 경기 보면서 만 원, 이만 원 걸면 얼마나 재밌는데." 그의 말에 저도 가볍게 웃어넘겼습니다. 그 작은 눈덩이가 우리 가정을 집어삼킬 거대한 눈사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베팅 금액은 점점 커졌습니다. 그의 스마트폰은 24시간 도박 사이트에서 벗어날 줄 몰랐고, 그의 감정은 경기의 승패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돈을 땄을 때의 순간적인 희열은 더 큰 베팅을 부르는 미끼가 되었고, 돈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본전을 찾겠다는 광기로 이어졌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딸 수 있어. 이번엔 진짜 확실해!"
그의 세상에는 오직 '한탕'에 대한 희망과 '본전'에 대한 집착만이 존재했습니다. 아이가 "아빠, 놀아줘"라며 매달려도, 제가 "여보, 우리 대화 좀 해"라며 붙잡아도 그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남편도, 아빠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도박에 미친 중독자일 뿐이었죠.
📉 빚더미와 거짓말, 팔려나간 가족의 자동차
가계부는 매달 마이너스였습니다. 그의 월급은 들어오기 무섭게 사라졌고, 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습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우편함에 꽂힌 대부업체의 채무 독촉장을 발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제 추궁에 그는 마지못해 "친구에게 잠깐 빌린 돈"이라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제 명의로 몰래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랑과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할 부부 사이에 남은 것은 불어나는 도박 빚과 끝없는 의심뿐이었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어느 날 오후에 일어났습니다.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오고, 함께 마트에 가던 우리 가족의 유일한 자산이었던 자동차. 그 차가 주차장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저는 그가 또 사고를 쳤음을 직감했습니다. 제 전화에 그는 한참 만에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급해서 팔았어. 금방 더 좋은 차 사줄게."
그는 저와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가족의 발을 팔아치운 것입니다. 그 순간, 제 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기대와 미련의 끈이 '툭'하고 끊어졌습니다. 이 남자와는 더 이상 단 하루도 함께 살 수 없다. 이 가정 파탄의 책임은 전적으로 그에게 있다. 저는 아이와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 지긋지긋한 재판상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 100% 그의 잘못, 그러나 위자료는 1000만원
이혼 소송 과정에서 그의 만행은 속속들이 드러났습니다. 그가 탕진한 돈의 액수와 몰래 진 빚의 규모는 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그는 가정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은, 무책임한 가장이었습니다.
법정은 제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남편)는 장기간 거액의 돈을 도박에 탕진하고 가계를 돌보지 않았으며, 원고(아내)와 상의 없이 공유재산인 자동차를 임의로 처분하는 등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혼인 파탄의 유책 사유가 100% 남편에게 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이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차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잃어버린 10년의 세월, 그가 남긴 빚더미, 아이가 받았을 상처, 바닥까지 떨어진 제 자존감.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위자료 3,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최종 판결은 제 뒤통수를 세게 후려쳤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10,000,000원을 지급하라."
1000만원.
그가 몰래 진 빚의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이었습니다. 제 10년의 헌신, 무너진 가정, 앞으로 아이와 함께 홀로 감당해야 할 막막한 현실에 대한 보상이 고작 1000만원이라니. 법은 그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제 고통의 무게는 전혀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이혼의 기쁨은 잠시, 저는 앞으로 닥쳐올 현실의 무게 앞에서 깊은 절망감에 빠져들었습니다.
판례 해설
본 이야기는 대구가정법원 2023년 판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법원은 배우자의 과도한 도박 행위로 가계를 돌보지 않고 재산을 탕진하는 것은 민법 제840조의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했습니다. 특히 아내와 상의 없이 공유재산을 처분한 행위는 혼인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보아 남편에게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파탄의 경위, 혼인 기간, 유책성의 정도, 부부의 재산 상태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1,000만 원으로 정해졌습니다. 이는 도박이 명백한 이혼 사유임을 보여주지만, 위자료 액수는 재산분할과 별개로 여러 요인에 의해 제한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입니다.
😥 법률적인 문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이 글은 실제 판례를 기반으로 재구성되었으며, 법률적인 해석이나 조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배우자의 문제로 가정이 파탄 날 위기에 처했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