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너는 안 되겠대. 미안하다. 그냥... 없던 일로 하자.' 전화 한 통이 전부였습니다. 어제까지 사랑을 속삭이며 미래를 그리던 그 남자는, 엄마의 반대라는 방패 뒤에 숨어 제게 이별을, 아니 파혼을 통보했습니다."
차가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제 세상이 멈췄습니다. 함께 꾸린 우리의 보금자리, 함께 고른 신혼 가구,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리며 부풀었던 결혼의 꿈. 그 모든 것이 '엄마'라는 단어 하나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는 마마보이였고, 저는 그의 선택에 의해 하루아침에 파혼당한 여자가 되었습니다. 이 기막힌 사실혼 부당파기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제기한 소송. 하지만 법원은 제 찢어진 마음에 고작 위자료 500만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한 남자의 무책임한 약속과 그의 어머니의 반대 앞에 무력하게 짓밟힌 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글은 단순한 연애 실패담이 아닙니다. 결혼이라는 약속을 믿고 제 삶을 걸었던 한 여자와,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남자, 그리고 법이 그 배신에 대해 얼마나 가벼운 책임을 묻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의 기록입니다.
🏡 함께 그린 미래, 그것은 '사실혼'이었습니다
우리의 시작은 여느 연인들처럼 평범하고 행복했습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결혼할 건데, 미리 합쳐서 돈도 아끼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자." 그의 제안에 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동의했습니다. 우리는 함께 살 집을 구하고, 우리의 취향이 담긴 가구들로 공간을 채워나갔습니다.
함께 아침을 맞고, 같이 장을 보고, 퇴근 후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는 일상. 그 모든 순간이 행복이었고, 견고한 미래의 약속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은 물론, 양가 부모님도 우리의 관계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저를 '새아기'라 불렀고, 저희 부모님은 그를 '사위'처럼 대하셨죠. 누가 봐도 저희는 곧 정식으로 부부가 될 사이, 법적으로는 명백한 '사실혼' 관계였습니다.
⚔️ '시어머니'라는 거대한 벽, 그리고 그의 배신
평화롭던 우리의 관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그의 어머니, '예비 시어머니'를 정식으로 뵙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식사 자리 내내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시던 차가운 눈빛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 학력, 제 부모님의 직업, 심지어 사는 동네까지. 마치 호구조사를 하듯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셨습니다.
"우리 아들은 더 좋은 조건의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그녀의 혼잣말처럼 들려온 그 한마디가 제 심장을 찔렀습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노골적으로 우리의 결혼을 반대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제 편이 되어 저를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그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엄마는 내가 잘 설득할게, 걱정 마"라며 저를 안심시키려 노력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가 계속되자 그는 점점 지쳐갔고, 저를 대하는 태도도 눈에 띄게 차가워졌습니다. 그는 결국 어머니와 저 사이에서, 단 한 번도 제 편이 되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아들이기를 선택했고, 저와의 미래를 버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그는 전화 한 통으로 일방적인 파혼을 통보했습니다. "성격 차이"라는 어설픈 변명을 덧붙였지만, 진짜 이유가 '엄마의 반대'라는 것을 모를 만큼 저는 어리석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그의 가족에게 철저히 버림받았습니다.
⚖️ 법정에서의 외로운 싸움, 돌아온 것은 500만원
그와의 추억이 깃든 집에서 제 짐을 빼내던 날의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배신감과 억울함에 잠 못 이루던 저는,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제 잃어버린 시간과 짓밟힌 마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묻고 싶었습니다. 저는 정신적 피해보상을 위해 그를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에 따른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정에서 그는 "어머니의 반대 때문이 아니라,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성격 차이를 느껴 헤어진 것"이라는 파렴치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마지막 남은 정마저 떨어지게 만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재판부는 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동거하며 구체적인 혼인 준비를 한 점을 볼 때 사실혼 관계에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피고(남자친구)가 모친의 반대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관계를 파기한 것은 부당파기에 해당한다"라고 명백히 밝혔습니다.
그의 잘못이 법적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이제 제 상처를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위자료 2,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판결문에 적힌 숫자는 제 상식을 벗어났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5,000,000원을 지급하라."
500만원.
그가 저희의 보금자리에서 제 짐을 빼라고 요구하며 제게 던져준 이사 비용 정도밖에 되지 않는 돈이었습니다. 결혼을 약속하고 함께 보낸 시간, 온 마음을 다했던 제 진심, 주변 사람들 앞에서 '파혼당한 여자'가 되어버린 제 수치심과 무너진 자존심의 가치가 고작 500만원이라니. 저는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이긴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판례 해설
본 이야기는 대전가정법원 2024년 판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하는 경우 '사실혼' 관계가 성립됨을 명확히 합니다. 이러한 사실혼 관계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부당파기)은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위자료 지급 책임이 발생합니다. 부모의 반대는 사실혼을 파기할 '정당한 이유'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사실혼 관계의 기간, 파탄 경위, 당사자들의 나이와 직업 등 다양한 요소를 참작하여 법원이 결정하므로, 피해자가 청구한 금액과 실제 인정되는 금액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법률적인 문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이 글은 실제 판례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이며, 법률적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사실혼 관계 파기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면, 혼자서 아파하지 마시고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