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 나중에.' 결혼 생활 내내 제가 남편에게 들은 말은 그게 전부였습니다. 부부 사이의 뜨거움은커녕, 최소한의 책임감조차 없었던 남자. 그와의 결혼은 이름뿐인 동거였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 저는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동반자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제게 돌아온 현실은 차갑기 그지없었습니다. 남편은 신혼 초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했고, 설상가상으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는 무기력한 삶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아내가 아니라, 잠자리도 거부하는 '백수 룸메이트'를 먹여 살리는 보호자였습니다. 이 기막힌 섹스리스 결혼을 끝내기 위해 제기한 이혼 소송. 법원은 남편이 유책배우자임을 인정했지만, 제 잃어버린 청춘의 대가로 매긴 위자료는 고작 700만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누군가에게는 말하기 부끄러운, 하지만 저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던 '섹스리스'와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이라는 이중고에 대해 털어놓으려 합니다. 이 글은 단순히 이상한 남편을 만난 여자의 푸념이 아닙니다. 부부의 본질적인 의무를 저버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갉아먹은 남편과, 그 고통의 무게를 너무나 가볍게 측정한 법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신혼의 꿈은 없었다, 차가운 침대와 차가운 현실
결혼 전, 그는 성실하고 자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 날짜가 잡히고,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게 그의 본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가장 먼저 저를 절망시킨 것은 부부관계였습니다. 신혼여행에서부터 그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잠자리를 피했습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려 애썼습니다. 결혼 준비로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제가 다가가면 그는 짜증을 내며 돌아눕기 일쑤였습니다.
"왜 이렇게 귀찮게 해? 나 피곤하다고."
아무런 설명도, 노력도 없었습니다. 여자로서의 제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내가 매력이 없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수많은 생각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부부 사이에 성관계 거부가 얼마나 큰 상처인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저희는 부부였지만, 그저 한 집에 사는 어색한 동거인이었습니다.
💸 "내가 먹여 살리는 큰아들" 무책임한 남편의 민낯
저를 더 깊은 절망으로 빠뜨린 것은 그의 경제적 무책임함이었습니다. 그는 결혼한 지 몇 달 만에 "회사 일이 적성에 안 맞는다"며 훌쩍 사표를 던졌습니다. 저는 그의 결정을 존중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며 더 좋은 곳을 찾아보라고 격려했습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구직 활동을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였습니다. 제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돌아와 지친 몸으로 밥상을 차릴 때도, 그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좀 가져봐!"
제 호소에 그는 "알아서 할게, 잔소리 좀 그만해"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습니다. 생활비, 관리비, 대출이자... 모든 경제적 부담은 오롯이 제 몫이었습니다. 그는 남편이 아니라, 제가 벌어온 돈으로 숨 쉬고 살아가는 '큰아들'이자 기생충 같았습니다.
정서적 교류도, 육체적 관계도, 경제적 책임감도 없는 결혼. 이 혼인 관계는 이미 파탄 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제 인생을 이 무의미한 관계에 낭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 무대응으로 일관한 남편, 그리고 너무나 가벼운 책임의 값
이혼 소송을 제기하자, 그의 무책임함은 극에 달했습니다. 그는 법원에서 보낸 소장도 받지 않고, 변론기일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최소한의 변명조차 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죠. 그의 무대응은 그 자체로 이 결혼을 파탄 낸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었습니다.
덕분에 이혼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남편)는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고, 가장으로서 가정을 부양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여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고 명확히 판결했습니다.
모든 책임이 그에게 있음이 법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저는 제 억울했던 시간과 정신적 고통, 그리고 금전적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을 기대하며 위자료 2,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판결문에 적힌 숫자는 제 상처를 헤아리기엔 너무나 초라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7,000,000원을 지급하라."
700만원.
그 금액은 제가 그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일했던 몇 년간의 제 노력의 일부조차 되지 못하는 돈이었습니다. 여자로서 짓밟힌 자존심, 사랑받지 못하고 이용당했다는 배신감, 잃어버린 제 시간과 돈에 대한 보상이 고작 700만원이라니. 법은 그의 잘못은 인정했지만, 그로 인한 제 고통의 깊이는 전혀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허무하고 또 허무했습니다.
판례 해설
본 이야기는 광주가정법원 2021년 판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우리 법원은 부부간의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보고, 정당한 이유 없는 성관계 거부는 중대한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배우자가 가정을 부양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인정됩니다.이 사건은 이 두 가지 사유가 결합되어 남편의 유책성이 명백히 인정된 사례입니다.
다만, 위자료 액수는 혼인 기간의 길이, 파탄의 경위,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법원이 재량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입은 실질적인 고통에 비해 현저히 적은 금액이 인정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 법률적인 문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이 글은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이며, 법률 자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배우자와의 관계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면, 혼자서만 감당하려 하지 마시고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법적인 권리를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