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입 다물고 있어. 무식한 게 어딜 나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이 제게 던진 말이었습니다. 지난 20년간 그는 남편이 아니라, 저와 아이들을 지배하는 폭군이었습니다. 제 이름은 지워지고, 그의 무시와 폭언만이 남았습니다."
우리 집은 따뜻한 보금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기분을 살펴야 하는 살얼음판이었고, 그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숨죽여야 하는 그의 왕국이었습니다. 20년의 결혼 생활 동안, 저는 남편에게 단 한 번도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끊임없는 언어폭력과 정신적 학대는 제 영혼을 병들게 했고, 아이들의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선택한 황혼이혼. 법원은 이 모든 가정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고 했지만, 제 잃어버린 20년 세월에 대한 보상은 고작 위자료 1500만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보이지 않는 칼날, '언어'라는 폭력에 스러져간 제 지난 세월을 고백하려 합니다. 이 글은 단순히 성격 나쁜 남편을 만나 고생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존엄성을 짓밟고도 '가장으로서 엄격했을 뿐'이라 변명하는 남자와, 그 그늘 아래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 가장이 아닌 '폭군'의 아내로 살아온 20년
결혼 초, 저는 그가 그저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이 '성격'이 아닌 '폭력'의 한 형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집안의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결정했고, 제 의견은 언제나 묵살당했습니다.
그가 제게 퍼부었던 말들은 비수가 되어 매일같이 제 가슴에 박혔습니다.
- "돈만 축내는 주제에 말이 많아."
- "네가 뭘 안다고.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 "너희 집안은 다 그렇게 무식하냐?"
이런 폭언은 저의 자존감을 조각냈습니다. 저는 점점 자신감을 잃고, 그의 눈치를 살피고,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제 생각과 감정을 죽이며 살았습니다. 남편은 저를 아내로 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배욕을 채우기 위한 하찮은 존재로 여겼습니다.
💔 아이들에게까지 뻗친 폭력의 그늘
저를 가장 고통스럽게 한 것은 그 폭력의 칼날이 아이들에게까지 향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저를 대놓고 무시하고 모욕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눈치를 보며 항상 불안해했고, 집안은 늘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아빠가 엄마한테 저렇게 말하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
어느덧 훌쩍 자란 아이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심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참고 사는 동안, 아이들의 마음에도 치유하기 힘든 상처가 새겨지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더 이상 아이들을 이 지옥 같은 환경에 방치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더 이상 망가질 수 없는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끔찍한 굴레를 끊어내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저는 20년 만에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 "엄격했을 뿐"이라는 변명, 그리고 1500만원이라는 숫자
이혼 소송을 제기하자 그는 "나는 가정에 소홀한 적이 없다. 가장으로서 엄격하게 가족들을 대한 것뿐인데, 아내가 예민하게 반응하여 가출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을 제게 떠넘겼습니다. 20년간의 정신적 학대를 '가장의 엄격함'으로 포장하는 그의 모습에 기가 막혔습니다.
법정에서 저는 지난 20년간의 고통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재판부는 저와 아이들의 편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남편)는 장기간에 걸쳐 원고(아내)와 자녀들에게 폭언을 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대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지속했다"며, "이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혼인 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의 주장은 배척되고 제 고통이 법적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세월을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는 위자료 3,00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계산한 제 고통의 값은 제 기대와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15,000,000원을 지급하라."
1500만원.
20년의 세월, 약 7,300일의 고통. 하루에 약 2,000원꼴이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무식한 여자' 취급을 당하며 짓밟힌 제 인격, 아이들의 마음에까지 새겨진 상처의 값이 정말 이것뿐일까요? 법은 그의 잘못을 지적했지만, 제 고통의 무게를 제대로 재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이혼을 얻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씁쓸한 승리였습니다.
판례 해설
본 이야기는 수원가정법원 2022년 판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장기간에 걸친 배우자의 지속적인 폭언, 무시, 권위적인 통제 등 '정신적 학대'가 명백한 재판상 이혼 사유이자 가정폭력의 일종임을 명확히 합니다. 특히 이러한 학대가 자녀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쳤을 경우, 법원은 이를 더욱 심각한 유책 사유로 판단합니다. 가해 배우자가 자신의 행동을 '가장으로서의 훈육'이나 '엄격함'으로 포장하려 해도, 그것이 사회 통념상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서면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인정된 위자료 1,500만 원은 혼인 기간과 피해 정도에 비추어 피해 당사자가 느끼기에는 부족할 수 있으나, 법원이 정신적 학대의 유책성을 명백히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법률적인 문제는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이 글은 실제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으며, 법률적인 조언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 언어적·정신적 학대로 고통받고 있다면 더 이상 참지 마시고 반드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자신의 권리를 되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