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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43 남편이 상간녀에게 준 1억, 제 위자료로 돌려받았습니다 💰

 

"입금 100,000,000원"

 

스마트폰 액정 위, 검고 마른 글씨로 찍힌 아홉 개의 0. 그 숫자를 마주한 순간, 눈물이 터져 나올 줄 알았다. 혹은,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텅 빈 활주로처럼 고요했다. 이것이 내 지난 결혼 생활의 값이자, 한때 내 세상의 전부였던 남자가 저지른 배신의 대가였다.

 

그가 ‘그 여자’에게 사랑의 증표로 건넸던 바로 그 돈, 1억 원. 이제는 법의 이름으로 내 통장에 ‘위자료’라는 이름표를 달고 돌아왔다. 이것은 복수가 아니다. 나의 무너진 삶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자, 그의 추악한 가면을 벗겨낸 전리품이었다.

 

사진-위자료
완벽한 가정

모두가 부러워한 완벽한 남편, 완벽한 가정

우리 부부는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그림이었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자상한 남편, 토끼 같은 아이들, 그리고 경기도 부천의 아늑한 우리 아파트. 남편 B는 늘 가정적인 남자였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놀아주고, 기념일이면 로맨틱한 이벤트를 잊지 않았다. 내 친구들은 모두 “너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며 부러워했다.

 

나 역시 그를 믿었다. 아니,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내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이자,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자랑스러운 아빠였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발소리는 우리 집의 평화를 알리는 신호음과도 같았다. 나는 그 평화가 영원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소름 끼치도록 정교하게 연출된 연극에 불과했다. 나는 그 연극의 여주인공인 줄 알았지만, 실은 가장 마지막까지 진실을 몰랐던 바보 같은 관객이었다.

균열의 시작, 그의 두 번째 스마트폰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사소한 행동들이 조금씩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회사 일이 많아졌다며 잦아진 외박. 피곤하다는 이유로 각방을 쓰기 시작한 날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가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을 두 개 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기야, 이 핸드폰은 뭐야? 회사에서 새로 준 거야?”

“아, 응. 업무용 폰이야. 중요한 연락이 많아서. 신경 쓰지 마.”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 ‘업무용 폰’은 단 한순간도 그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잘 때도 머리맡에 두었고,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조차 가지고 들어갔다. 불길한 예감이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애써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거야. 저 사람은 그럴 리가 없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의심의 싹을 잘라내려 애썼다.

1억 원의 이체 내역, 가면이 벗겨진 순간

진실은 가장 평범한 날,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해외 출장을 간 어느 날 밤, 서재를 정리하다 그의 가방에서 서류 몇 장이 쏟아졌다. 무심코 주워 든 그것은 은행의 ‘거래내역 확인서’였다.

그리고 나는 보고야 말았다. ‘받는 분: 김OO, 이체금액: 100,000,000원.’

 

김OO.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여자의 이름. 그리고 1억 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금액.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얼마 전, 그가 나에게 ‘아주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목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졌다. 나는 당연히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돈은 상간녀에게 건네는 사랑의 선물이 되어 있었다.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알던 남편 B는 그곳에 없었다. 다정한 남편, 자랑스러운 아빠라는 그의 얼굴 뒤에는 추악한 욕망으로 가득 찬 괴물이 숨어있었다. 그가 ‘업무용 폰’으로 사랑을 속삭이고, ‘출장’을 핑계로 밀월여행을 떠났을 모든 순간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는 배신감에 몸부림쳤다.

조정실에서의 마지막 대면, 배신의 대가

귀국한 그에게 증거를 내밀었다. 그는 단 한마디 변명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명백했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갔다.

나는 더 이상 그와 같은 공간에서 숨 쉴 수 없었다. 곧바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나의 요구는 단호했다.

  • ✔️ 나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이 아파트의 소유권을 나에게 넘길 것.
  • ✔️ 당신이 상간녀에게 주었던 그 돈, 1억 원을 위자료로 지급할 것.
  • ✔️ 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달에 240만 원의 양육비를 책임질 것.

나의 변호사는 이것이 매우 강력한 요구 조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것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 인생을 기만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아이들의 아빠로서 져야 할 당연한 의무였다.

 

놀랍게도, 그는 재판까지 갈 것도 없이 나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였다. 아마도 자신의 더러운 사생활이 법정에서 낱낱이 공개되는 것만은 막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법원의 조정실에서 마지막으로 마주 앉았다. 판사 앞에서 그는 내가 요구한 모든 조건이 담긴 조정조서에 묵묵히 서명했다.

 

조정조서에는 이런 조항도 포함되었다. “서로에 대해 비방하거나 이혼 과정에 대해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사회적 체면과 평판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동의했다. 더 이상 그와 엮여 내 입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승리, 그리고 다시 쓰는 나의 이야기

그렇게 나의 이혼은 ‘조정 성립’으로 끝이 났다. 나는 아이들의 친권과 양육권을 지켰고, 우리가 살던 집을 온전히 내 이름으로 바꿨으며, 그가 상간녀에게 줬던 1억 원을 위자료로 받았다. 서류상으로 나는 완벽한 승자였다.

 

하지만 마음 한편은 여전히 시리다.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나는 가까운 친구들에게조차 이 모든 전말을 털어놓지 못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가 ‘성격 차이’로 좋게 헤어진 줄 안다. 하지만 괜찮다. 진실은 나 자신과 내 아이들만 알면 된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이 집에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통장에 찍힌 ‘위자료 1억’은 배신의 상처가 아니라, 나와 내 아이들이 더 단단하게 살아갈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그의 연극은 끝났고, 이제 진짜 나의 인생이 시작된다.


📜 판례 해설

본 이야기는 2024년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에서 성립된 조정 이혼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재판을 통한 판결이 아닌, 양 당사자가 협의하여 이혼 조건에 합의하는 '조정 이혼(Divorce by Mediation)'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조정 이혼은 소송보다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합의된 내용입니다. 통상적인 경우보다 훨씬 높은 1억 원의 위자료, 주거 안정의 핵심인 아파트 소유권 이전, 그리고 상당한 액수의 월 양육비가 지급된 점은, 소송을 제기당한 배우자(남편)에게 이혼에 이르게 된 결정적이고 중대한 유책 사유(예: 심각한 부정행위 등)가 있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유책배우자는 긴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귀책사유가 공개적으로 드러나 평판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상대방의 요구 조건을 대부분 수용하며 신속하게 이혼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례는 조정 이혼이라 할지라도, 명백한 증거와 단호한 의지가 있다면 재판 못지않은, 혹은 그 이상의 실리를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 모든 법률적 문제와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인 변호사와의 정식 상담을 통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