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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5 💌 10년간 살 비빈 남편과 상간녀, 문자 한 줄에 지옥이 시작됐다.

 

"‘나 정말 버리지 마. 우리 10년 동안 살 비비고 살았잖아.’ 남편의 휴대폰에 떠 있는 문자. 10년... 아이들을 다 키우고 이제야말로 우리 부부의 시간을 갖나 싶었던 지난 세월이 한순간에 재가 되어 흩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건 그냥 문자가 아니었어요. 제 30년 결혼 생활을 관통하는 사망선고였죠."

 

스마트폰 액정 위 몇 글자...산산조각난 내 인생

 

성실한 남편, 다 큰 자식들. 평범하지만 단단하다고 믿었던 제 인생은 스마트폰 액정 위 글자 몇 개에 산산조각 났습니다. 남편은 지난 10년간 다른 여자와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배신감에 몸을 떨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정에서는 '너무 오래된 배신'이라 이혼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법원은 제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것은 거대한 거짓 위에 서 있던 제 삶을 되찾고, 배신자들에게 법의 심판을 내리게 한 한 여자의 승리 기록입니다.

프롤로그: 휴대폰 액정 위, 나의 사망선고

2023년 7월의 어느 주말 오후였습니다. 남편은 거실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저는 무료하게 TV 채널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탁자 위에서 남편의 휴대폰이 '징-' 하고 울렸습니다. 무심코 화면을 본 제 눈에 들어온 메시지 미리보기. 발신자는 'E 팀장'으로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나 정말 버리지마. 우리 10년...]

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습니다. 'E 팀장'이라면 남편이 몇 년 전부터 유독 자주 언급하던 여자였습니다. 등산 동호회에서 만난 친한 동생이라며, 가끔 안부 문자를 주고받는다고 했었죠.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자는 남편의 지문을 몰래 가져다 대 잠금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대화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단순한 동료의 대화가 아니었습니다. 10년을 함께한 연인의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 고백이었습니다.

  • "사랑해, 자갸. 빨리 같이 살자."
  • "나 정말 버리지마. 우리 10년 동안 살 비비고 살았잖아."
  • "당신 와이프만 없으면 되는데..."

'살을 비비고 살아'. 그 표현이 칼날이 되어 제 심장을 후벼 팠습니다. 지난 10년. 제가 남편의 건강을 챙기고,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며, 텅 빈 집을 지키고 있던 그 시간에 남편은 다른 여자와 살을 비비며 새로운 10년을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것은 배신을 넘어선 완벽한 기만이었습니다.

평온했던 30년, 거대한 거짓말의 성

저희는 1996년에 결혼해 아들, 딸 낳고 남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남편은 성실했고, 저는 그런 남편을 믿고 가정을 꾸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한 후에는, 이제 둘만의 오붓한 노후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물론, 예전 같은 뜨거움은 없었습니다. 대화가 줄고, 각자의 생활에 더 집중했지만 저는 그것이 오래된 부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습니다. 남편의 잦은 주말 등산, 회사 워크숍, 상갓집 방문... 그 모든 것이 상간녀와의 데이트를 위한 알리바이였습니다. 제가 그의 거짓말 위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밥을 하고,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동안, 그는 다른 여자와 미래를 약속하고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제가 살아온 30년의 세월이, 제가 지키고자 했던 이 가정이,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내렸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든 남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한때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했던 그 얼굴이, 이제는 낯설고 혐오스러운 괴물처럼 보였습니다. 더 이상 이 남자와 한 공간에서 숨 쉴 수 없었습니다. 이 기만적인 관계를 끝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을 망가뜨린 두 사람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했습니다.

법정에서의 불안감: '너무 오래된 배신'이라는 덫

저는 남편 C와 상간녀 E를 공동 피고로 하여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문자 메시지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었기에 승소를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법정에서 저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남편 측 변호사는 뻔뻔하게도 '제척기간'을 주장했습니다. 그들의 부정행위가 10년 전에 시작되었으니,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있은 날로부터 2년 안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법 조항을 들이밀었습니다. 제가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투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10년 동안이나 저를 속여온 그 죄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배신을 당한 것도 억울한데, 그 배신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이유로 이혼조차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재판장님, 저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10년간 까맣게 모르고 바보처럼 살았습니다. 늦게 알았다고 해서 저 사람들의 죄가 없어지는 겁니까? 이 결혼을 어떻게 더 유지하라는 말입니까!"

 

저는 법정에서 절규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법의 논리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제 인생을 건 마지막 싸움이, 이 어처구니없는 법 기술 하나에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정의의 판결: 파탄의 책임을 묻다

초조하게 판결을 기다리던 날, 법원은 제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판사님은 제 인생을 구원해 줄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었습니다.

판사님은 먼저, 남편 측의 주장대로 민법 제840조 제1호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직접적인 이혼 사유로 삼기에는 제척기간이 지난 것이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하지만 판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피고 C이 10년 이상 피고 E과 부정한 관계를 유지해 온 사실 자체로 원고와 피고 C의 혼인 관계는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혼 청구를 인용한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법원은 제척기간이라는 형식적인 법리에 얽매이지 않고, 10년간의 부정행위가 혼인 관계의 근간을 파괴했다는 '실질'을 봐준 것입니다. 법은 살아있었습니다.

 

법원은 판결을 이어갔습니다. 남편 C에게는 위자료 2,000만 원을, 그리고 상간녀 E에게는 그중 1,500만 원을 남편과 공동으로 제게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또한 남편은 제게 재산분할로 5,500만 원을 지급해야 했습니다. 돈이 제 상처를 모두 치유해 줄 수는 없겠지만, 그것은 제 짓밟힌 세월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보상이자, 그들의 죄에 대한 명백한 대가였습니다. 저는 비로소 길고 어두웠던 터널의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보았습니다.


판례 해설

이 이야기는 대구가정법원 2023 판결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장기간 이어진 부정행위와 관련하여 '제척기간'과 '혼인 파탄'의 관계를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 📜 까다로운 제척기간의 적용 (민법 제840조 제1호): 민법상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직접적인 이혼 사유로 삼으려면, 그 사실을 ①안 날로부터 6개월, ②있은 날로부터 2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부정행위라는 '행위' 자체가 10년 전에 시작되어 2년이 지났으므로, 이 조항을 직접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를 뒤늦게 알게 된 피해자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 🔑 구원의 조항,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민법 제840조 제6호):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법원은 제1호 사유(부정행위)를 직접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10년이 넘는 장기간의 부정행위'라는 사실 자체가 부부 사이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파괴하여 도저히 혼인 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중대한 파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형식적인 요건(제척기간)을 넘어서 혼인 관계의 실질적인 파탄 여부를 판단하여 이혼을 인용한 것입니다. 이는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법원의 현명한 법리 적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상간자 책임: 법원은 상간자(피고 E)가 상대방이 배우자가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기간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을 '공동불법행위'로 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남편과 상간녀에게 공동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한 것입니다. 이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외도를 저지른 두 사람 모두에게 있음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 ⚖️ 판례의 의의: 이 판결은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게 이루어진 부정행위로 고통받는 배우자가 '제척기간'이라는 형식적인 장벽 때문에 구제받지 못하는 상황을 막아준 중요한 선례입니다. 법원이 법 조항을 기계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혼인 관계의 실질적인 파탄 여부를 중심으로 '정의'와 '형평'에 맞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법률적인 문제나 소송과 관련된 구체적인 상담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와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