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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53 “돼지, 정신병자” 남편의 폭언, 1년 만에 끝난 신혼의 꿈

“돼지 같은 게, 돈도 못 벌어오면서.”

“네가 하는 게 뭐가 있어? 이 정신병자야!”

 

사진-아이를 안은 엄마
끔찍한 악몽이 된 신혼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임신으로 몸이 무거울 때, 갓 낳은 아이를 돌보느라 밤을 새울 때, 제게 돌아온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닌 날카로운 비수 같은 폭언이었습니다. 2021년 11월,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저의 신혼 생활은 1년 5개월 만에 끔찍한 악몽이 되어 막을 내렸습니다. 💔

장밋빛 꿈, 그리고 드러난 본색

결혼 전, 그는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모습에 평생을 함께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생겼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이 산산조각 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본색은 제가 임신을 하면서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입덧으로 힘들어하는 제게 그는 “유난 떤다”고 핀잔을 줬고, 임신으로 불어나는 제 몸을 보며 “돼지 같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기를 가진 엄마가 겪는 당연한 변화인데...’라고 생각하며 꾹 참았습니다. 그저 예민해서 그러려니, 아빠가 되는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애써 그를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아이가 태어나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밤낮없이 울었고, 저는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하며 아이에게 매달렸습니다. 당연히 집안일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남편은 위로나 격려는커녕, 끔찍한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 🤰 산후조리 기간의 압박: "언제까지 놀고먹을 거야? 너도 빨리 돈 벌어야지!" 그는 갓 출산한 제게 경제 활동을 강요했습니다.
  • 🤬 일상적인 인격 모독: 제가 전화라도 바로 받지 못하면 불같이 화를 냈고, “이 정신병자야”, “너네 부모는 너를 어떻게 키웠냐”며 저와 제 부모님까지 모욕했습니다.
  • 👶 독박 육아의 설움: 그는 육아를 오롯이 저의 몫으로 떠넘겼습니다. 지친 제가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집에서 애만 보면서 뭐가 힘드냐”고 비아냥거렸습니다.

저는 산후우울증과 남편의 가스라이팅으로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이곳은 더 이상 제가 꿈꾸던 행복한 가정이 아니었습니다. 저와 제 아이가 탈출해야만 하는 '지옥'이었습니다.

엄마의 이름으로, 지옥을 탈출하다

2023년 4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밤새 보채는 아이를 돌보느라 녹초가 된 제가 새벽녘에 잠시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또다시 악마로 돌변했습니다.

 

“지금 편하게 앉아 있는 거야? 애는 울고불고 난리인데 너는 뭐 하는 거냐고!”

그 순간, 제 안의 무언가가 끊어졌습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참아서는 안 됐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제 아이를 키울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보다 ‘엄마’로서 더 강해져야 했습니다. 저는 그길로 아이를 안고 집을 뛰쳐나와 부모님 댁으로 향했습니다. 🏃‍♀️

 

친정 부모님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한 저는 곧바로 이혼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짧았던 결혼 생활, 남은 것은 깊은 마음의 상처와 갓난아기뿐이었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제 아이에게만큼은 상처와 폭언이 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법원, 나의 상처와 눈물에 답하다

법정에서의 시간은 끔찍한 기억을 다시 꺼내야 하는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남편이 저에게 퍼부었던 폭언들, 저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었는지를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의정부지방법원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

판결문을 받아 든 저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것은 억울함의 눈물이 아닌, 위로와 인정의 눈물이었습니다. 법원은 제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판결의 핵심 내용:

  • 이혼 성립 및 유책배우자 인정: "피고(남편)는 혼인 기간 내내 원고(아내)에게 ‘돼지’, ‘정신병자’ 등 심한 폭언과 모욕적인 말을 반복하였다. 이는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주된 책임이 피고에게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 위자료 1,500만 원 지급 명령: 법원은 혼인 기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폭언이 아내의 임신 및 출산이라는 특수하고 예민한 시기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이 극심했음을 인정하고,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 친권 및 양육권: 아이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저를 지정했습니다.
  • 양육비 지급 명령: 남편에게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6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재산분할은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1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함께 모은 재산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원한 것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겪은 고통을, 남편의 잘못을, 법이 인정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저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법원의 판결은 저와 제 아이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 되어주었습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의정부지방법원 2023년 선고된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특히 단기 파탄 혼인 관계에서의 배우자 보호에 대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합니다.

  • 단기 혼인과 고액 위자료: 통상적으로 혼인 기간이 짧으면 위자료 액수도 적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법원은 혼인 기간이 1년 5개월에 불과함에도 1,5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위자료를 인정했습니다. 이는 유책 사유의 '내용'과 '심각성'이 위자료 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법원은 배우자가 임신, 출산, 산후조리 등 신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취약한 시기에 가해진 폭언과 학대는 그 피해가 훨씬 크다고 판단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무겁게 물은 것입니다.
  • 재산분할이 없는 이혼: 이 사건에서는 재산분할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혼인 기간이 매우 짧아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하여 형성하거나 증식시킨 재산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단기 혼인의 경우, 각자가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특유재산' 외에 분할 대상이 되는 공동재산이 없어 재산분할 청구 자체가 실익이 없거나 기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양육권 및 양육비 판단: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양육자를 지정합니다. 이 사건처럼 한쪽 부모가 지속적인 폭언 등 정서적 학대를 가한 경우,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할 책임과 의지가 있는 다른 쪽 부모를 양육자로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양육비 역시 부모의 소득 수준과 자녀의 나이 등을 고려한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 판결은 결혼이 행복의 보증수표가 아니며, 신혼이라 할지라도 부당한 대우와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의 존엄성은 보호받아야 하며, 법은 그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습니다.


※ 모든 법률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