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혼소송 55 "밥만 축내는 X" 폭언, 폭행, 외도… 24년 지옥과 뻔뻔한 항소의 최후

“이 무식한 X아, 집에서 밥만 축내고 하는 게 뭐야!”

사진-이마의 흉터
희미하게 남은 흉터

 

24년. 제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이 저를 부르던 이름이었습니다. 제 이마에는 20년 전 그가 던진 유리잔에 찢어진 흉터가 희미하게 남아있고, 제 마음에는 그의 상습적인 폭언과 두 번의 외도로 생긴 시퍼런 멍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이 모든 지옥을 끝내고자 이혼을 결심하자, 그는 자신의 잘못은 모두 부인하며 ‘뻔뻔한 항소’까지 제기했습니다. 💔

유리잔과 각서, 봉인해둔 24년의 기억

1993년, 저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가정을 꾸렸습니다. 사업을 하는 남편을 위해, 태어난 아이들을 위해 저는 전업주부로서의 삶에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고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제 인생의 유일한 행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 뒤에는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남편은 집 안의 폭군이었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늘 저와 제 친정을 무시하는 폭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

 

결혼 4년 차인 1997년, 그는 제게 씻을 수 없는 첫 배신을 안겼습니다.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것입니다. 세상을 잃은 듯한 고통 속에서 이혼을 생각했지만, 어린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밟혔습니다. 그는 제 앞에 무릎 꿇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고, 저는 그 얇은 종이 한 장을 믿으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2000년 어느 날, 사소한 말다툼 끝에 남편은 제게 유리잔을 집어 던졌습니다. 유리 파편에 찢어진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병원에 가는 대신, 아이들이 볼까 두려워 상처를 감추기에 급급했습니다. 폭언, 폭행, 그리고 배신. 저의 24년은 그렇게 곪아 터져가고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폭력과 마지막 배신

세월이 흘러도 남편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에는 말다툼을 하던 제 뺨을 때리고 발로 차는 심한 폭행을 가했습니다. 잠시 집을 나와 별거도 했지만, ‘엄마’라는 이름의 굴레는 저를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간 저는 그의 사업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그의 종중 행사까지 챙기며 그림자처럼 살았습니다. 제 이름, 제 인생은 없었습니다. 오직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아이들이 모두 성인이 되었을 무렵. 그는 제게 마지막 비수를 꽂았습니다. 또 다른 여자와 두 번째 외도를 저지른 것입니다. 19년 전, 눈물로 썼던 각서는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다 컸다. 더 이상 나 자신을 희생시킬 이유가 없다. 2016년 5월, 저는 24년간의 지옥에 마침표를 찍고 집을 나왔습니다. 제 인생을 되찾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뻔뻔한 항소, 그리고 법원의 철퇴

이혼 소송은 시작되었고, 1심 법원은 남편의 오랜 폭력과 외도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그의 잘못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며, 제게 위자료 4,000만 원재산의 50%를 분할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4년간의 제 헌신을 법이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이 판결에 불복했습니다. 그는 항소했습니다. 자신은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으며, 외도 역시 제 탓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심지어 전업주부였던 저의 재산 기여도는 50%가 될 수 없다며, 평생을 바친 저의 삶을 폄하했습니다.

 

그의 뻔뻔한 항소에 저는 다시 한번 무너졌지만, 이번엔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싸워 제 삶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부산가정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

 

결과는 ‘항소 기각’. 남편의 완벽한 패소였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남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1심 판결이 정당함을 재확인했습니다.

  • 상습적 폭행 및 외도 인정: "피고(남편)는 장기간에 걸쳐 원고(아내)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하였고, 두 차례의 부정행위로 혼인 관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였다."
  • 전업주부 기여도 50% 확정: "원고(아내)가 24년이 넘는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양육을 전담하며 피고의 사업 활동에 협력한 점을 고려할 때,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는 피고와 대등한 50%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 위자료 4,000만 원 확정: "피고의 유책 정도와 원고가 겪은 정신적 고통의 기간 및 깊이를 고려할 때 1심이 정한 위자료 4,000만 원은 결코 과하지 않다."

‘항소 기각’이라는 네 글자를 보는 순간, 24년간 묵었던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법원이 저의 멍든 세월을 알아주고, 제 편에 서준 것입니다. 이것은 돈을 넘어선, 저의 잃어버린 인생에 대한 명예 회복이었습니다. 💪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부산가정법원 2017년 선고된 황혼이혼 항소심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장기 혼인 관계에 있던 전업주부의 권리와 유책배우자의 책임에 대해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 전업주부의 재산분할 기여도 50%: 이 판례는 20년 이상 장기간 혼인 생활을 유지한 전업주부의 재산분할 기여도를 50%로 인정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법원은 남편이 사업 등을 통해 외부에서 돈을 벌어온 것과, 아내가 가사, 육아, 내조를 통해 그 재산을 유지하고 형성하는 데 기여한 것을 동등한 가치로 평가합니다. 이는 '황혼이혼'에서 전업주부의 권리를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 복합적인 유책사유와 위자료: 법원은 위자료를 산정할 때 유책 사유가 복합적일 경우 이를 가중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의 남편처럼 ①상습적인 폭언, ②신체적 폭행, ③반복된 외도(특히 용서를 구하고 각서를 쓴 후의 재발) 등 여러 잘못이 겹쳐있을 경우, 배우자가 겪는 정신적 고통이 훨씬 크다고 보아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의 위자료(4,000만 원)를 인정하게 됩니다.
  • 유책배우자의 항소 기각: 명백한 유책배우자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명백한 증거와 사실관계가 존재할 경우, 항소가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항소가 기각되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뿐만 아니라, 항소 과정에서 발생한 소송 비용까지 패소한 측(항소인)이 부담하게 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판결은 수십 년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헌신하며 고통을 감내해 온 배우자라 할지라도, 법을 통해 자신의 삶과 존엄성을 되찾고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 모든 법률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