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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56 남편 도박빚 갚느라 ‘쓰리잡’… 빚더미 이혼의 인생역전 판결

“23년 동안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었습니다. 남편의 ‘도박’이라는 이름의 독이었습니다. 저는 제 청춘과 퇴직금, 그리고 눈물의 ‘쓰리잡’으로 그 빚을 메웠지만, 독은 결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사진-남편의 도박빚
남편의 도박빚

 

재산을 나누는 이혼 소송에서 저희 부부의 순재산은 마이너스 400만 원이었습니다. 남편이 스포츠토토 도박으로 날린 빚 때문이었죠. 23년간 그의 빚을 갚는 것이 제 인생의 전부였고, 이혼 후에도 그 빚의 굴레를 함께 짊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기적 같은 판결을 내려주었습니다. ✨

끝나지 않는 도박의 굴레와 나의 희생

2000년에 결혼한 남편은 성실한 사람이었지만, 그에게는 ‘도박’이라는 치명적인 중독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호기심인 줄 알았던 스포츠토토는 곧 우리 가정을 파괴하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월급을 받으면 상당액을 도박에 탕진했고, 돈이 떨어지면 제 허락도 없이 대출을 받고 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집에는 빚 독촉장이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

 

저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구렁텅이에서 꺼내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하나뿐인 직장으로는 그의 빚을 감당할 수 없어, 퇴근 후 대리운전, 주말 식당 알바까지 ‘쓰리잡’을 뛰어야 했습니다. 제 퇴직금 중간 정산금과 제 이름으로 받은 대출금까지 모두 그의 도박빚을 갚는 데 쏟아부었습니다.

 

그때마다 남편은 눈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다시는 안 할게. 정말 마지막이야. 이번 한 번만 도와줘.”

 

저는 그의 약속을 믿고 또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맹세는 언제나 거짓이었습니다. 빚을 갚아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또다시 도박에 손을 댔습니다. 23년의 세월은 희망과 배신이 반복되는 지옥의 굴레였습니다.

마지막 끈을 놓다

2022년 말, 저는 남편이 또다시 수천만 원의 도박빚을 진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피땀 흘려 갚아온 세월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더 이상 그를 위해 희생할 청춘도, 돈도, 마음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의 도박 중독은 결코 치유될 수 없다는 것, 이대로 가다가는 제 인생마저 저 빚더미에 파묻히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2023년 2월, 저는 23년간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집을 나왔습니다.

 

이혼 소송을 준비하며 저는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우리 부부의 재산을 모두 합쳐도 빚이 더 많은 '마이너스 재산' 상태. 법적으로 부부의 빚은 함께 책임져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옥죄어왔습니다. 남편의 도박빚 때문에 이혼 후에도 평생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하는 걸까?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빚더미 속에서 피어난 기적, ‘기여도 60%’

하지만 의정부지방법원의 판결은 저의 모든 두려움을 한순간에 날려버렸습니다. 재판부는 저의 고통과 희생을 모두 인정해주었습니다. ⚖️

상식을 뛰어넘은, 정의로운 판결의 내용:

  • 유책배우자 인정 및 위자료 2,000만 원: "피고(남편)는 오랜 기간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가계에 큰 부담을 안겼으며, 이로 인해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주된 책임이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2,000만 원을 지급하라."
  • 도박빚은 ‘남편 단독 채무’!: 법원은 남편이 도박으로 진 빚 약 1억 1천만 원을 ‘부부 공동의 채무’가 아닌 ‘피고의 특유채무(단독 채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즉, 제가 남편의 도박빚을 갚을 의무가 전혀 없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 아내의 재산분할 기여도 60% 인정: 법원은 제가 쓰리잡까지 하며 가정을 유지하고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한 반면, 남편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점을 들어 저의 재산형성 기여도를 이례적으로 60%로 높게 책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남편의 도박빚을 제외하고 남은 순재산에서 저의 몫을 60%로 계산하여, 남편이 저에게 약 1억 5,000만 원의 재산을 분할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빚더미 이혼이 될 거라 생각했던 소송이, 저의 23년 희생을 보상받는 ‘인생역전 판결’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의정부지방법원 2023년 선고된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배우자의 도박빚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매우 중요한 법적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 도박빚은 ‘특유채무’(단독 채무): 이 판결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부부가 혼인 생활 중 함께 부담하게 된 빚(예: 주택담보대출, 공동 생활비 대출)은 재산분할 시 함께 나누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배우자 일방이 도박, 유흥, 사치 등 개인적인 용도로 멋대로 사용한 빚은 ‘특유채무’로 보아, 빚을 만든 당사자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즉, 다른 배우자는 그 빚을 갚을 법적 의무가 없습니다. 이 판례는 그 원칙을 명확하게 적용한 사례입니다.
  • 아내의 기여도 60% 인정의 의미: 통상 장기 혼인 관계의 재산분할 기여도는 50:50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례적으로 아내의 기여도를 60%로 높게 인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아내가 돈을 벌었다는 것을 넘어, ①남편이 도박으로 공동재산을 적극적으로 감소시키는 동안, ②아내는 자신의 퇴직금까지 희생하고 쓰리잡을 뛰는 등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한 기여’를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유책사유로서의 도박: 배우자의 상습적인 도박은 민법 제840조에서 정한 명백한 재판상 이혼 사유('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합니다.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면 위자료 청구 역시 가능합니다.

이 판결은 배우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빚의 굴레에서 고통받고 있는 분들에게, 법적 절차를 통해 자신의 희생을 인정받고 부당한 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 모든 법률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