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혼소송 57 코리안드림의 악몽, 11년 폭력에 시달린 베트남 아내의 눈물

“한국에 오면, 결혼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술주정과 주먹은 저의 꿈을 11년 동안 짓밟았습니다. 무엇보다 고통스러웠던 것은, 이 모든 폭력을 제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사진-베트남 아내
코리안 드림...공포와 눈물

 

저는 2012년, ‘코리안드림’을 안고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아내입니다. 낯선 땅에서 오직 남편 하나만 믿고 시작한 결혼 생활. 하지만 저의 꿈은 오래지 않아 공포와 눈물의 악몽으로 변했습니다. 남편의 상습적인 가정폭력. 그 지옥에서 저와 아이들을 구해준 것은 마지막 용기로 붙잡은 ‘법’이었습니다. 🇻🇳💔🇰🇷

장밋빛 꿈과 첫 번째 멍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만난 남편과 결혼식을 올리고 한국 땅을 밟았을 때, 저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다정한 남편과 예쁜 아이들을 낳고 오순도순 사는 평범한 행복을 꿈꿨습니다. 하지만 그 꿈이 깨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술을 마시면 다른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결혼 이듬해인 2013년부터 그의 폭력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말다툼 끝에 손이 올라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폭행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네가 뭘 아냐”는 식의 무시는 일상이었습니다.

 

“내가 잘못해서 그래.”
“한국말이 서툴러서 남편을 화나게 한 거야.”

 

저는 모든 것을 제 탓으로 돌렸습니다. 의지할 곳 없는 이국땅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참고 견디는 것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나아지겠지, 언젠가는 남편도 변하겠지, 그런 헛된 희망을 품으면서 말입니다.

아이들의 눈물 속에 이어진 11년의 폭력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도 남편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심해졌습니다. 가장 끔찍했던 것은, 그 모든 폭력이 아이들 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

 

남편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제 머리채를 잡고, 물건을 던지고, 주먹을 휘둘렀습니다. 아이들은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방구석에 숨어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저는 얻어맞는 육체적 고통보다, 아이들의 영혼에 깊은 상처가 새겨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

  • 상습적인 폭행: 남편은 술에 취하면 어김없이 저에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 아이들 앞에서의 폭언 및 폭행: 아이들은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끔찍한 장면을 수시로 목격해야 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정서적 아동학대였습니다.
  • 고립과 무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저는 집 안에서 철저히 무시당하고 고립되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몇 번이고 경찰에 신고할까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신고하면 남편이 나랑 아이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는 두려움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11년의 세월은 그렇게 멍과 눈물로 얼룩졌습니다.

경찰의 보호, 그리고 마지막 용기

2023년 10월, 그날도 남편은 술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는 또다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제게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무언가 달랐습니다. 제 안에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인생까지 망가질 거라는 위기감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저는 떨리는 손으로 112를 눌렀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남편을 현행범으로 조사했고, 법원은 저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남편에게 ‘접근금지 임시조치’를 내렸습니다. 국가가, 법이, 저와 아이들 주위에 보호막을 쳐준 것입니다. 저는 그제야 지옥 같던 집에서 벗어나 이혼을 결심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법원이 지켜준 엄마와 아이들의 미래

남양주지원 법정에 선 저는 두려웠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며 강해져야 했습니다. 저는 11년간 겪었던 남편의 폭력과, 아이들이 받아야 했던 상처를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저의 눈물에 응답했습니다. 재판부는 남편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저와 아이들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습니다. ⚖️

희망을 안겨준 판결의 내용:

  1. 명백한 유책배우자 인정: "피고(남편)는 혼인 기간 동안 원고(아내)에게 장기간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행사하였고, 특히 자녀들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여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은 전적으로 피고에게 있다."
  2. 위자료 2,000만 원 지급 명령: "피고의 폭력의 정도와 기간, 원고가 외국인으로서 겪었을 고립감과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여, 위자료 2,000만 원을 지급하라."
  3. 친권 및 양육권은 엄마에게: "자녀들의 복리를 위해,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분리하여 원고(아내)를 자녀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한다."
  4. 양육비 지급 의무: 남편에게 아이 한 명당 매월 50만 원씩, 총 월 100만 원의 양육비를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5. 재산분할 50% 인정: 법원은 제가 11년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며 가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부부 공동재산의 50%를 분할받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판결문을 받아 든 순간, 저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을 보았습니다.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저의 헌신을 법이 인정해주었다는 사실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코리안드림은 악몽으로 끝났지만, 이제 저는 대한민국에서 두 아이의 떳떳한 엄마로서 진짜 꿈을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의정부지방법원 2023년 선고된 이혼 소송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특히 국제결혼 가정 내 가정폭력 피해자의 권리 구제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 외국인 배우자의 권리 보호: 이 판결은 국적과 상관없이 가정폭력 피해자는 대한민국의 법 아래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함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법원은 외국인 아내가 겪었을 언어적, 문화적 어려움과 사회적 고립감을 위자료 산정 등에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인정했습니다.
  • 자녀 앞에서의 폭력(정서적 아동학대): 법원은 배우자에 대한 폭력이 자녀들 앞에서 이루어진 점을 매우 심각한 유책사유로 판단했습니다. 이는 배우자에 대한 폭력을 넘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정은 이혼, 위자료뿐만 아니라 친권 및 양육권자를 지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접근금지명령의 증거 효력: 가정폭력 신고 후 법원으로부터 받은 '임시보호명령'이나 '접근금지 임시조치' 결정은 이혼 소송에서 가정폭력 사실을 입증하는 매우 강력하고 객관적인 증거로 활용됩니다.
  • 전업주부 기여도 50% 인정: 11년의 혼인 기간 동안 외국인 아내가 전업주부로서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것을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50%를 기여한 것으로 인정한 점도 중요합니다. 이는 배우자의 국적이나 외부 경제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가사 노동의 가치를 동등하게 인정한 결과입니다.

이 판결은 어떠한 이유로도 가정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피해자라 할지라도 용기를 내어 법의 문을 두드린다면 자신의 인생과 자녀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 모든 법률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