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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58 아내 대신 연예인을 섬긴 남편, 3천만 원 빚과 황당한 이혼

“나는 그 애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우리는 그 애를 섬겨야만 해.”

사진-연예인 사진으로 가득찬 방
연예인을 섬긴 남편

 

남편은 TV 화면 속 여자 연예인을 가리키며 진지하게 말했습니다. 그의 눈에는 아내와 아이가 아닌, 오직 ‘그녀’만 가득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 결혼 생활의 경쟁 상대는 다른 여자가 아니라, 남편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거대한 ‘망상’이라는 것을. 이것은 제가 겪은 세상에서 가장 황당하고 기괴한 이혼의 시작이었습니다. 👨‍🎤💔

평범한 팬심이 광기로 변질될 때

2012년 결혼한 저희는 평범한 부부였습니다. 남편이 특정 가수 겸 배우인 C의 팬클럽에 가입했을 때만 해도, 저는 그저 가벼운 취미 생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연예인 한 명쯤은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팬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를 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방은 C의 포스터와 사진으로 도배되기 시작했습니다. 거실에는 C의 앨범과 굿즈(goods)가 산더미처럼 쌓여갔습니다. 그는 월급의 상당 부분을 C의 굿즈를 사고, 팬클럽 활동에 쓰는 데 탕진했습니다. 저는 그가 주식 투자를 한다며 받아온 3천만 원의 대출금조차 C에게 ‘조공’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

 

돈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의 정신이 C에게 완전히 잠식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 망상적 관계 형성: 그는 C와 자신이 마치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우리 OO이는..."이라며 C를 애칭으로 불렀고, "나는 C와 정신적으로 교감하고, C는 나를 통해 위로받는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 가정의 붕괴: 남편의 세상은 C를 중심으로 돌아갔습니다. C의 스케줄에 맞춰 생활했고, 가족과의 대화나 약속은 뒷전이었습니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그의 존재는 집안에서 완벽히 사라졌습니다.
  • 강요와 세뇌: 그는 저와 어린 아이에게 C의 노래를 강제로 듣게 하고, C가 나오는 방송을 함께 보자고 강요했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비치면 "나와 C를 무시하는 거냐"며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저희 집은 더 이상 가족의 보금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곳은 C를 위한 거대한 신전이었고, 남편은 광신도였으며, 저와 아이는 이단자 취급을 받는 이방인이었습니다.

“아내보다 C를 섬겨라” - 파국의 서막

결정적으로 저를 무너지게 한 것은 남편의 한마디였습니다. 그와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느낀 어느 날, 그는 제게 선언하듯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C를 위해 살기로 했어. 당신과 아이도 C를 섬겨야 해.”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습니다. 남편의 마음속에서 아내인 저의 자리는 완벽하게 지워지고, 그 자리를 화면 속 연예인이 차지해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팬심이 아니었습니다. 명백한 ‘정서적 외도’이자, 저의 존재를 부정하는 끔찍한 가스라이팅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이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키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저는 남편의 망상으로부터, C의 그림자로부터 아이와 저를 지키기 위해 집을 나와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 "그것도 외도입니다"

소송을 준비하며 두려웠습니다. ‘연예인을 너무 좋아해서’라는 이 황당한 이혼 사유를 법원이 과연 진지하게 받아들여 줄까? 남들은 저를 이상한 아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서울가정법원은 저의 고통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습니다. ⚖️

재판부는 남편의 행위가 단순한 팬 활동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아내의 눈물을 닦아준 판결:

  1. 유책배우자 인정: "피고(남편)는 아내와 자녀를 소홀히 한 채, 특정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자신과 연예인이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망상에 빠져 원고(아내)에게 이를 강요했다. 이는 부부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행위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
  2. ‘정서적 외도’ 인정 및 위자료 1,500만 원: 법원은 남편의 행위가 배우자로서의 정조 의무를 위반한 ‘부정행위’에 준하는 심각한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가 겪은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여 위자료 1,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 양육권 및 양육비: 아이의 친권 및 양육권은 온전히 저에게 주어졌으며, 남편은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매월 8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

법원의 판결은 남편의 기이한 행동이 ‘취미’가 아닌 ‘잘못’임을, 저의 고통이 ‘유난’이 아닌 ‘피해’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저는 비록 남편을 잃었지만, 이 비상식적인 세상으로부터 저와 아이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서울가정법원 2023년 선고된 이혼 소송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현대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이혼 사유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 ‘정서적 외도’의 확장된 인정: 통상 부정행위(외도)는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법원은 부부간의 정조 의무가 단지 성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 사건처럼, 배우자가 아닌 제3자(그것이 연예인일지라도)에게 몰입하여 배우자에게 소외감과 정신적 고통을 주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면, 이는 신뢰를 깨뜨리는 넓은 의미의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 팬 활동과 이혼 사유의 경계: 법원은 건전한 팬 활동 자체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례에서 이혼 사유가 된 이유는 그 정도가 ①가계에 부담을 줄 정도의 과도한 금전 지출, ②가정을 소홀히 하는 수준의 시간 투자, ③배우자와 자녀에게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는 등의 ‘정도를 넘어선 행위’로 이어져 부부 관계의 근간을 파괴했기 때문입니다.
  • 가스라이팅과 정신적 학대: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망상을 사실인 것처럼 강요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아내를 비난한 행위는 정신적 학대이자 가스라이팅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비물리적, 정신적 고통 역시 위자료 산정의 중요한 근거로 삼습니다.

이 판결은 부부 사이의 신뢰와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줍니다. 그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가 현실의 인물이든, 화면 속 인물에 대한 망상이든, 그것이 가정을 파괴한다면 명백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 모든 법률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