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개, 걸레, 정신병자...”
이것은 지난 15년간 남편이 저를 부르던 이름이었습니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말들은 비수가 되어 매일같이 제 심장을 찔렀습니다. 그는 심지어 전화기 너머의 제 어머니에게까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멍은 없었지만, 제 영혼은 이미 검붉게 멍들어 있었습니다. 🗣️💔
말의 감옥에 갇혀버린 15년
2010년, 저희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그가 폭력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저를 자신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소한 실수에도, 혹은 아무런 이유 없이도 그의 입에서는 저를 향한 경멸과 모욕이 쏟아졌습니다.
그는 저를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기분에 따라 저는 ‘돼지’가 되었다가, ‘개’가 되었다가, ‘걸레’가 되기도 했습니다. 집안은 웃음소리 대신 그의 고성과 저의 숨죽인 울음소리로 채워졌습니다. 저는 서서히 자신감을 잃고, 제 자신을 ‘욕먹어도 싼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완벽한 언어 감옥이었습니다.
저는 수없이 이혼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눈에 밟혔고, ‘내가 참으면 가정이 유지된다’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남편의 폭언은 일상이 되었고, 저의 체념은 습관이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욕, “네 엄마”
저를 무너뜨린 것은 저를 향한 욕설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제 어머니를 향한 그의 끔찍한 모욕이었습니다. 그는 제가 친정어머니와 통화하는 것을 참지 못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당신이 딸 교육을 그따위로 시켜서 우리 집안이 이 모양이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가, 저 때문에, 저의 남편에게 그런 끔찍한 말을 듣게 했다는 죄책감과 수치심에 저는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저의 자존심뿐만 아니라, 제 삶의 뿌리까지 송두리째 뽑아버리려 한 것입니다.
그는 제 부모님이 관련된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저를 친정과 완벽하게 단절시키려 했습니다. 저를 향한 모욕은 참을 수 있었지만, 제 부모님을 향한 능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나를 위해 끊어낸 족쇄
결정적으로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제게 무심코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는 왜 맨날 엄마한테 화만 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갇혀 있던 ‘말의 감옥’에 제 아이까지 함께 가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더 이상 아이에게 아빠가 엄마를 모욕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습니다. 엄마가 한없이 작아지고 무너지는 모습을 대물림할 수는 없었습니다. 👩👧👦
2024년 3월, 저는 15년간 저를 옥죄어 온 족쇄를 끊어내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저의 존엄성을, 그리고 제 아이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법원, ‘보이지 않는 상처에 가격을 매기다’
수원가정법원 안양지원의 법정. 저는 15년간 남편에게 들었던 수많은 폭언과, 그로 인해 제 영혼에 새겨진 보이지 않는 상처들을 증언했습니다. 남편은 “부부싸움은 다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려 했지만, 진실은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저의 고통을 정확하게 인정하고, 남편의 행위가 결코 ‘평범한 부부싸움’이 아닌, 혼인을 파탄 낸 ‘심각한 학대’라고 규정했습니다. ⚖️
저의 존엄성을 되찾아 준 판결문:
- 명백한 유책배우자: "피고(남편)는 혼인 기간 내내 원고(아내)에게 ‘돼지’, ‘개’, ‘걸레’ 등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적인 언행을 지속하고, 원고의 모친에게까지 폭언을 하는 등,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 혼인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
- 위자료 3,000만 원 지급 명령: "피고의 폭언의 정도와 기간, 특히 배우자의 부모에 대한 모욕 행위가 원고에게 주었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고려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
- 재산분할 50% 인정: "원고가 15년의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양육을 책임진 것은 부부 공동재산 형성에 50%를 기여한 것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
- 양육권 및 양육비: 아이의 친권 및 양육권은 저에게 주어졌으며, 남편은 월 90만 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ol>
위자료 3,000만 원. 법원은 보이지 않는 상처에도 가격을 매겨주었습니다. 그것은 돈의 가치를 넘어, ‘당신의 고통은 진짜’라고 말해주는 국가의 위로였습니다. 이제 저는 더 이상 ‘돼지’나 ‘걸레’가 아닌, 제 아이의 떳떳한 엄마 ‘서윤’으로 다시 살아갈 것입니다. 🙏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수원가정법원 2025년 선고된 이혼 소송 판례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신체적 폭행이나 외도가 없더라도, 장기간의 심각한 언어폭력만으로도 높은 금액의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 언어폭력(정서적 학대)의 심각성: 법원은 더 이상 물리적 폭력만을 가정폭력으로 한정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처럼 장기간(15년)에 걸쳐 지속된 폭언, 욕설, 모욕 등은 피해자의 인격을 파괴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심각한 ‘정서적 학대’이자 명백한 이혼 사유라고 판단합니다.
- 배우자 부모에 대한 모욕 행위: 배우자의 부모, 즉 장인·장모나 시부모를 향한 욕설과 비난은 단순히 무례한 행동을 넘어, 배우자 자신에 대한 심각한 모욕이자 혼인 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봅니다. 이는 혼인 파탄의 책임을 따질 때 매우 중요한 가중 처벌 요소가 됩니다.
- 위자료 산정 기준: 위자료는 혼인 파탄의 원인과 책임, 피해의 정도, 혼인 기간, 당사자의 사회적 지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산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3,000만 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위자료를 인정한 것은, 비록 물리적 폭력은 없었더라도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언어폭력의 강도와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매우 크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판결은 ‘말’이 사람의 영혼을 얼마나 깊이 파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법이 그 보이지 않는 상처의 책임 또한 엄중히 묻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 모든 법률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