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제가 남편 차에 위치추적기를 달았어요. 미쳤다고, 불법이라고 손가락질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매일 밤 남편의 거짓말에 심장이 썩어 들어가고, 그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숨 막히는 고통을 겪어본 적 있나요? 저는... 그냥 진실이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법원은 저에게 ‘유책배우자’라는 낙인을 찍고, 남편에게 위자료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저를 의부증 환자로 몰아가며 매일 밤 지옥을 선물했던 남편은 피해자가 되었고, 진실을 찾으려 발버둥 쳤던 저는 가해자가 되었습니다. 이게 정말 공정한 판결일까요? 억울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
재혼의 꿈, 그리고 의심의 씨앗
한 번의 아픔을 겪고, 저는 2018년 그를 만나 새로운 삶을 꿈꿨습니다. 소개팅 앱으로 만났지만 누구보다 다정했고, 저의 과거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에 다시 한번 사랑을 믿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2019년,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습니다.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결혼 생활이 안정되자 남편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귀가 시간은 점점 늦어졌고, 휴대폰은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비밀번호를 걸어 잠갔습니다. 제가 옆에 가면 화면을 급히 가리는 그의 모습에 의심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랑 그렇게 연락해?”
“회사 일이잖아. 당신은 왜 맨날 사람을 의심해? 피곤하게.”
그의 대답은 늘 똑같았습니다. 저의 질문은 ‘의심’이 되었고, 저의 불안은 ‘집착’으로 매도되었습니다. 저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정말 내가 예민한 걸까? 과거의 상처 때문에 내가 그를 믿지 못하는 걸까? 스스로를 다그치며 그의 말을 믿으려 애썼습니다.
저를 미치게 만든 남편의 거짓말
하지만 그의 수상한 행적은 계속되었습니다. 잦은 회식과 주말 출장, 옷에 밴 낯선 향수 냄새, 그리고 새벽에 몰래 걸려 오는 전화들. 제 불안은 확신으로 변해갔습니다. 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 울며 매달렸습니다.
“나 너무 불안해. 제발 솔직하게 말해줘. 다른 사람 생긴 거 아니지?”
그는 그런 저를 경멸 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의부증도 병이야, 병원에 가봐. 당신 같은 여자랑 사는 거 숨 막혀!”
그는 저를 정신병자로 몰아갔습니다. 저의 모든 감정과 불안을 부정당하자, 저는 정말 제가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대로는 살 수 없었습니다. 그가 정말 떳떳하다면, 제가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저에겐 증거가 필요했습니다. 저의 의심이 망상이 아니라는, 혹은 망상이었다면 깨끗하게 사과하고 치료라도 받겠다는 심정으로, 저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위치추적기, 그리고 파국
2021년 10월, 저는 인터넷으로 소형 위치추적기(GPS)를 구매했습니다. 이걸 그의 차에 다는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이 두려움을 이겼습니다. ‘이것만 확인하고, 아무것도 없으면 내가 평생 그에게 사죄하며 살리라.’ 저는 남편 몰래 그의 차 운전석 밑에 추적기를 부착했습니다.
며칠 후, 남편은 그 추적기를 발견했습니다.
그날 집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추적기를 제 얼굴에 던지며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그는 저의 의심에 대해 해명하는 대신, 저의 행동을 빌미로 기다렸다는 듯이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그 와중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습니다. 그에게 저는 더 이상 아내가 아닌, 자신을 감시한 범죄자일 뿐이었습니다.
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주었다
남편은 저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저 또한 그의 유책을 주장하며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저는 법정에서 그가 저를 어떻게 고통스럽게 했는지, 왜 제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냉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저의 고통보다는 저의 ‘불법 행위’에 더 주목했습니다. ⚖️
저를 가해자로 만든 판결문:
- 아내의 주된 책임 인정: "원고(남편)의 부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피고(아내)가 배우자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몰래 부착한 행위는 배우자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법 행위이다. 이는 부부 사이의 신뢰 관계를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한 행위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피고(아내)에게 있다."
- 남편에게 위자료 700만 원 지급 명령: "피고(아내)의 위법 행위로 인해 원고(남편)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700만 원을 지급하라."
저는 판결문을 받아 들고 망연자실했습니다. 저를 불안과 의심의 지옥으로 몰아넣은 남편은 법의 보호를 받는 ‘피해자’가 되었고, 그 지옥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던 저는 ‘가해자’가 되어 위자료까지 물어주게 된 것입니다. 진실을 찾으려 했던 저의 처절함은 결국 불법이라는 낙인만 남겼습니다.
판례 해설
위 이야기는 창원지방법원 2021년 선고된 이혼 소송 판례를 바탕으로, 판결에 불만족한 피고(아내)의 입장에서 재구성되었습니다. 이 판례는 배우자의 외도가 의심되더라도, 그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지를 경우 오히려 유책배우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 위치추적기(GPS) 설치의 위법성: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잡기 위해 차량 등에 몰래 위치추적기를 설치하는 것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입니다. 이 법률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 불법 행위와 유책성 판단: 이혼 소송에서 법원은 설령 상대방에게 혼인 파탄의 원인이 일부 있더라도, 다른 배우자가 그에 대응하여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그 책임 또한 매우 무겁게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남편의 외도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아내가 저지른 ‘GPS 설치’라는 불법 행위가, 부부간의 신뢰를 파괴한 더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아 아내에게 주된 책임을 물었습니다.
- 위자료 지급의 역전: 통상 이혼 시 유책배우자가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지만, 이처럼 소송의 과정에서 책임 공방이 뒤바뀔 경우, 원래 피해를 주장하던 측이 오히려 가해자로 판단되어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합법성 역시 매우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이 판결은 아무리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도, 감정적인 대응이나 불법적인 증거 수집은 오히려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모든 법률 상담은 반드시 변호사와 직접 진행하시기 바랍니다.